[창작하기 좋은 대구 만들기 .1] 대구 예술인 복지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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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미애기자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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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특별·광역시 예술인 복지 조례 제정…대구시는 아직 검토만

올해 대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의 심사 장면.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은 지역의 청년 예술인의 창작 기반을 마련해주는 대표적인 제도다. <대구문화재단 제공>
예술과 복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 단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로 인해 이제 두 단어를 함께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생활고를 겪고 있던 최씨는 이웃집에 ‘며칠 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그해 11월17일 제정·시행됐다. 지역 예술인들이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순수 창작활동만이 이들의 삶을 지탱해 주지 않는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최정운씨는 대구에서 활동하던 연극인이었다. 최씨는 연극 활동을 하면서 예술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생계를 위해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다 변을 당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건·사고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이후 예술인 실업급여제도를 비롯한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안정망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고 있다.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에도 예술인들이 오롯이 창작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6차례에 걸쳐 대구의 예술인 복지 현주소를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창작하기 좋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사업

예술인이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은 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맡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이다.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예술인을 대상으로 1인당 월 300만원을 지원한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은 예술인과 기업, 기관을 연결시켜 협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2014년 처음 시행되었으며, 지난해에는 645명의 예술인이 참여해 175개의 사업이 진행됐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
창작준비금 1인당 월 300만원
대구·경북에선 142명 선정돼

▶대구의 창작 안정망은?
청년 예술가 육성사업 진행 중
월 80만원씩 매월 창작금 지급

▶속도내는 타지자체
울산시 창작장려금 지원제 운영
전북도는 예술인특례보증 마련



지역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지원받은 예술인은 많지 않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창작준비금 수혜자는 4천1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수혜자가 2천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890명), 부산(200명), 경남(96명), 대구(87명) 순이었다. 같은 해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도 서울 지역 참여 예술인이 378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145명), 인천(22명), 강원·부산(13명) 순이었다. 대구에서 참여한 예술인은 10명에 불과했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준비해야 할 서류가 적지 않은데 열심히 준비해도 지역 예술인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드물어 몇 번 신청하다 선정되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술인복지재단 사업 지원 조건이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예술인이 대상인데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사업에 선정되는 예술인도 수도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문화재단 등과 연계해 필요한 경우 재단의 사업에 대해 지역에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예술인 창작 안정망 구축 사업

대구에서도 지역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지원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2014년 대구문화재단이 대구은행과 함께 진행했던 ‘예술인 긴급생활지원’이다. 질병·거주 문제 등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원 받기 쉽지 않은 지역 예술인의 현실을 고려한 사업이었다. 질병·재난 등으로 긴급한 재정 지원이 요구되는 예술인이 대상이었으며, 총 11명(미술 8명, 문학·음악·연극 각 1명)의 예술인이 1인당 200만~300만원을 지원받았다. 대구문화재단에서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원 사유, 예술인의 현재 상황과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기간을 두고 심사·정산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하는 기존 문화재단의 공모사업과 다르게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심사를 거쳐 해당 예술인에게 일주일 내로 지원금을 지급했고, 별도의 정산없이 지원금 사용 용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대상자 선발을 엄격하게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면 창작을 중단할 위기에 놓인 예술인에게 필요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기부금이다보니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던 건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는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 육성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3년간 지역에서 활동한 실적이 3회 이상 되는 개인예술가를 대상으로, 올해는 음악·무용·국악·연극·시각예술에서 15명의 예술인이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매월 80만원의 창작을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발표 및 연습 공간 지원 등 활동·홍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정산 과정은 없다. 이외에 예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인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올해 처음 시작했다. 청년예술가 육성지원사업에 지원 받기 어려운 경력이 적은 예술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례 제정으로 사업 추진 속도내는 지자체들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 복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추세다. 8개 특별·광역시 중 세종시를 제외한 서울·부산·인천·광주·대전·울산에서는‘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대구에는 아직 관련 조례가 없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들은 예술인의 창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은 올해부터 ‘문화예술인 창작장려금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일정 소득 이하의 예술인에게 1인당 300만원을 2년에 한 차례 지원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창작준비금과 비슷하지만 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 지원 대상이 고용보험 가입자와 실업급여 수급자를 제외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는 예술인은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해부터 전북도는 공공자원을 통한 지원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예술인특례보증지원을 마련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북신용보증재단, 전북은행이 협력해 예술활동을 담보로 최소 300만원부터 최대 5천만원을 4% 미만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대구시도 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가 만들어지면 이를 근거로 관련 제도를 만들 예정이다. 지역 예술인을 위한 창작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과 시민들의 문화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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