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윤동주 시인이 꿈꾸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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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2   |  발행일 2018-09-12 제30면   |  수정 2018-09-12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철도·도로 연결 동북아구상
경제적 이익에 그치지 않아
신뢰와 평화가 정착되는 길
공존하는 동아시아의 모습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품어
20180912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인 중 한 명이 윤동주 시인이다. 창작 기간 10여 년, 작품 수 120여 편에 지나지 않음에도 윤동주 시인의 독자층은 두텁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도했던 시인은 중국의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시인이 세상에 나왔던 1917년은 일제 강점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 중으로 주변국의 사정도 어수선했다. 시인은 당시 간도 땅에서 태어나 명동소학교와 은진중학교를 다녔고, 1935년에는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전학하였다가 이듬해 용정 광명중학교로 되돌아온다.

1938년 22세 되는 해에 현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광명중학교 5학년을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다. 연희전문은 현재의 연세대학교다. 송몽규, 강처중과 기숙사 3층 지붕 밑 방을 함께 쓰면서 서울 생활을 했다. 1942년에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의 릿교대학으로 진학한 후 한 학기를 마치고 교토의 도시샤대학으로 전학하였다.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송몽규, 고희욱 등과 함께 검거되어 이듬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1945년 29세의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운명했다. 광복을 6개월 앞 둔 시기였다.

시인의 유해는 북간도 용정에 안장되었고 ‘시인윤동주지묘’란 비석이 세워졌다. “배움에 힘쓰던 생활 변하여 조롱에 갇힌 새의 신세가 되었고…” 김석관이 쓴 비문의 한 구절이다. 1947년 2월13일 유작 ‘쉽게 씌어진 시’가 경향신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1948년 1월 유고 31편으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정음사에서 간행되었다. 이후 서거 10주년을 맞은 1955년에 증보판 시집이 나왔고, 1999년에 육필원고의 사진판 시집이 민음사에서 간행되었다.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학교의 소재지는 ‘간도-평양-간도-서울-도쿄-교토’다. 오늘날로 보면 중국-북한-대한민국-일본을 자유롭게 다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서 도항증명, 오늘날의 비자를 받기 위해서 창씨개명을 해야 하는 치욕을 감내하였지만, 동북아의 국경을 넘나드는 길은 열려 있었다. 버려진 땅 간도를 개간하여 삶의 터전을 이루고 동북아 교통과 물류의 중심을 이룬 사람이 우리 민족이었다. 윤동주 시인 집안도 조부 때 간도에 터를 잡았다.

광복 이후 강대국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그어졌던 38선이 생기면서 70년 세월 동안 북한이 왕래할 수 없는 땅으로 남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리적으로 반도임에도 교통과 물류에서 섬이 되었다. 냉전기를 지나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외교 관계가 수립되어 이들 나라와도 교류를 하고 여행이 자유롭게 되었지만, 북한 땅은 아직도 모든 면에서 제약이 남아 있다. 한 나라이면서도 갈 수 없는 땅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동북아 구상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 중에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길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은 경제적인 이익이나 생활의 편리함에 그치지 않는다. 길이 연결된다는 것은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기차와 자동차가 줄을 잇고, 그것을 따라서 자원과 문화가 교류되며, 그에 이어서 신뢰와 평화가 정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길이다. 북미 관계가 상호 신뢰를 유지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철길을 따라 가면 중앙아시아에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되었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면서, 중앙아시아 곳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문화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도 시급을 다투는 일이다. 지난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경제·문화적으로 지원하고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미래 번영을 위한 길이다. 중국, 한국, 북한, 일본에서까지 훌륭한 시인으로 평가 받는 거의 유일한 작가로 이름을 올린 윤동주 시인이 꿈꾸던 세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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