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낮에만 아픈게 아닌데…야간 병원 없으면 당황스럽죠”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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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3 08:00  |  수정 2018-09-13 08:00  |  발행일 2018-09-13 제23면
24시 진료

반려인 이모씨(여·24)는 지난 1일 저녁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강아지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전날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이던 반려견이 갑자기 밥도 먹지 않고 구토와 설사를 반복한 것. 이씨는 “주말 저녁에 갑작스레 강아지가 아파서 적잖게 당황했다. 병원에 데려가고 싶어도 밤에는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약만 먹이고 밤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반려동물이 낮에만 아픈 것도 아니고, 병원을 데려가려면 퇴근 후에나 갈 수 있다. 꼭 24시간은 아니더라도 진료시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낮에만 아픈게 아닌데…야간 병원 없으면 당황스럽죠”
대구지역 야간진료 동물병원이 턱없이 부족해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야간진료 확대 목소리가 높다. 수의사가 반려견을 진료하고 있다.

대구지역 동물병원 중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지역 동물병원은 180곳이다. 구·군별로는 수성구가 45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달서구(42곳), 북구(27곳), 동구(20곳), 달성군(17곳), 남구(11곳), 중구(10곳), 서구(8곳) 순이다. 이 중 야간진료를 하는 곳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대구지역 동물병원 중 24시간 진료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총 6곳이다. 북구 2곳, 달서구 2곳, 동구·달성군 각 1곳이다. 이상관 대구시수의사회장은 “수의사가 상주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2~3곳 정도로 알고 있다. 간호사가 상주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180개 동물병원 중 10곳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야간진료 동물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야간진료 확대 목소리가 높다. 오위숙 대구동물보호연대 대표는 “야간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이 더 많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종종 밤에 동물병원을 찾아야 할 일이 생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야간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때문에 야간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을 검색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며 “구·군별로 당직병원 1~2곳을 지정해 운영한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구지역 동물병원 모두 180곳
야간진료 가능 10곳도 채 안돼
반려인 “진료시간 확대” 목소리
업계선 “수익성 맞추기 어려워”


하지만 지역 수의사계에서는 수익성 등의 이유로 야간진료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야간엔 손님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수의사·간호사가 밤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여러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러한 여건 마련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서울 쪽에는 24시간 동물병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것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지 수익성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야간에 꼭 필요한 진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급할 경우에는 전화착신을 통해서 진료를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에서 응급센터 같은 공적인 기능을 하는 곳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의는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야간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이 적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일반병원과 달리 동물병원의 당직병원 운영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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