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무궁화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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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4   |  발행일 2018-09-14 제23면   |  수정 2018-09-14

나무를 공부하는 임학도(林學徒)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나무의 학명이다. 생소한 라틴어라 발음도 잘 안되고 뜻도 알기 어렵다. 각종 자격시험에 나오니 아예 외면할 수도 없다. 발음도 힘들고 뜻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외우자니 머릿속에 잘 들어갈 리가 없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학명 암기를 도와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S조경학원에서 개발한 앱이 자동으로 학명과 국명(우리나라에서 붙인 이름)을 띄워주며 암기를 돕는다.

그러나 생소한 학명도 찬찬히 뜯어 보고 영한사전을 참고하면 몇몇은 라틴어 단어의 의미를 추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풍나무과에서 손바닥을 편 모양의 잎이 달리는 단풍나무(Acer palmatum)는 손바닥모양이라는 영어단어(palmate)의 어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잎이 삼지창을 닮은 복자기(Acer Triflorum)의 학명 속에서는 3을 의미하는 접두사 ‘tri’가 기억을 도와준다. 아까시나무는 학명(Robinia pseudoacacia)과 국명의 인연이 각별하다. pseudoacacia는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짜(pseudo) 아카시아라는 뜻인데, 우리 대부분은 아까시나무라는 국명보다 아카시아에 더 친숙하다.

우리나라 국화(國花) 무궁화의 학명(Hibiscus syriacus)은 그 원산지가 시리아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라는 데 대해서 이설이 많으며 오히려 인도·중국이 원산지라는 설이 유력하다. Hibiscus는 이집트의 히비스(Hibis)신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무궁화류는 세계적으로 25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무궁화는 대개 8~9월에 피는데 어디서 보든 매우 반가운 느낌을 준다. 국화라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을 지내고 보는 꽃이어서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특히 가마솥 같은 여름을 지낸 요즘에 보는 무궁화는 더욱 반갑다.

상주시가 경상대로에 조성한 무궁화 가로수길이 산림청으로부터 ‘올해의 나라꽃 무궁화 명소’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의 무궁화는 대개 중심부에 붉은색 단심(丹心)이 있어 다른 품종보다 예쁘다. 게다가 가지를 꺾어 땅에 꽂기만 해도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경상대로처럼 아름다운 나라꽃이 피는 길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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