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스쿨 미투, 체계적인 대응책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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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5   |  발행일 2018-09-15 제23면   |  수정 2018-09-15

학생 인권침해의 부당함을 알리는 스쿨 미투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서울 용화여고에서 촉발돼 최근 대구의 모 여고·여중 등 전국 19개 중·고교로 확산된 상태다. 그동안 상당수 학교에서 교사의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언어와 신체 접촉이 지속적으로 있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해당 학교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숨기기에 급급했다. 또한 학생들은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기록이 남지 않을까 걱정돼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처는 곪아 터지는 법이다.

5개월여 미투 운동 끝에 지난 8월21일 교원징계위원회를 연 용화여고는 성폭력 연루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징계 수위도 파면 1명·해임 1명·기간제 교사 계약 해지 1명·정직 3명·견책 5명·경고 7명으로 아주 높았다. 3월9일 가동된 교육부의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신고센터에는 133건이나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초중고가 41건, 대학이 35건이며, 57건은 교육부가 아닌 타 부처 소관 사안이라고 교육부 담당자가 최근 MBC 라디오 대담에서 밝혔다.

알다시피 스쿨 미투에 대한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처는 전반적으로 부실하다. 학생들의 제보로 학생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났어도 학교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정도가 심한 학교에 대해 교육청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전수조사 등을 통해 가해 교사를 징계하고 있지만, 수업 중 일어난 일에 대한 사실 관계 파악이 쉽지 않다. 학생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둔감한 일부 학교와 교사들은 여전히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원 간에 서로 달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스쿨 미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과 함께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쿨 미투를 접하는 온도차도 여전히 만만찮다. 아직도 “너희가 귀여워서 쓰다듬었다”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성폭력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개념없이 대처하는 교사들이 없지 않다. 반면 “학생들이 겁나서 이제 가까이 안 가고 싶다”거나 “공식 수업 외에 친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교사도 생겨나고 있다. 자칫 학생과 교사 간 격의 없는 소통이나 사제 간 정리 같은 미덕이 사그라질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공립고 교장이 조회 때마다 “선생님들 연금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면서 교사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고 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모두 충족하는 체계적인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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