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사외이사 반발 예상되지만 물갈이 불가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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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7   |  발행일 2018-09-17 제20면   |  수정 2018-09-17
이슈분석 DGB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여파

DGB금융그룹이 지난 14일 금융지주가 대구은행 등 자회사 CEO 추천권을 갖고,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및 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김태오 그룹회장이 그간 하이투자증권 인수작업에 올인하느라 마무리하지 못한 지배구조 프로세스를 이번에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대구은행 사외이사들의 경우, 향후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후속 관련규정 개정과정에서 적잖이 저항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주사 경영체제를 갖춘 금융그룹에서 이처럼 지주사가 중심이 돼 자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실질적 제동을 걸기는 힘들다. 특히 직전 박인규 회장 체제 때 경영진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한데다 그룹개혁을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회장과도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어서 은행 임직원 및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유 권한인 ‘은행장 추천·선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위기감

21일 선진화방안 세부규정 개정
지주에 반발해도 지지 못 얻을듯


◆지주사가 확실한 무게중심을 갖는 지배구조

DGB금융 지배구조개선작업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대구은행 등 8개 자회사 CEO 추천권을 금융지주사가 갖는 것과, 사외이사들에 대한 추천·선임·연임 여부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우선 지주사는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회사 CEO를 추천한다. 자회사 CEO 자격요건을 정해 3명 정도의 후보군을 관리한 뒤 적임자를 추천한다. 자회사의 이사회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지주가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적격성을 검증한 뒤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게 된다.

CEO 자격요건은 한층 구체화되고 엄격해졌다. 그룹의 등기임원 및 마케팅·경영관리담당 임원 경험이 있는지를 중점 살핀다. 은행 외에 지주사 및 다른 금융사에서 임원을 맡은 적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그룹에 대한 종합적 시각을 견지한 인물을 찾겠다는 것.

아울러 지난 1년간 각종 비리의혹으로 대구은행이 큰 시련을 겪은 점을 감안,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CEO 자격요건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에서 20년 이상만 근무하면 자연스레 CEO후보군에 올랐던 기존 시스템에 메스를 갖다댄 것이다.

사외이사제도 개편방향은 강도가 더 높다. 지주 및 은행의 사외이사 수는 각각 5→7명(총 14명)으로 늘어나고, 그룹 사외이사 전체 후보군(Pool)은 40여명(현재 24명)으로 불어난다. 사외이사 수 증원은 이사회 산하에 있는 보수·리스크관리·감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겹치기 활동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 큰 이유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감안해 젊고 금융사정에 밝은 이들을 사외이사로 앉히기 위해서다. 시스템상 현재는 현직 사외이사들만 다른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자연히 전문성보다는 학연·지연 등 사외이사들의 친소관계에 좌우된다. 기관단체장이나 원로 교수 등 직업군도 천편일률적이다. 이들을 견제할 주체도 없는 상태다.

이에 지주사는 후보군 추천경로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순위는 모든 주주에게, 2순위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추천을 받겠다는 것이다. 실제 사외이사 선임절차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 인선자문위원회’가 맡는다. 위원회는 후보자 검증을 거쳐 사외이사를 추천, 선임한다.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대한 ‘현미경식 평가’도 외부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활동내역에 따라 연임여부가 결정된다. 이럴 경우 현 사외이사들의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성장통’은 이어질 듯

지주사 기능강화에 방점이 찍힌 ‘DGB그룹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이 발표되자, 예상대로 대구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은 이 방안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지주사의 통제권이 강화되고, 은행 이사회는 대부분 권한을 뺏긴다고 여기는 것.

무엇보다 현행 은행 사외이사들 입장에선 그간 고유 권한으로 여긴 ‘은행장 추천 및 선임절차’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외부에 강하게 표출되진 않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행 중이고, 장기적 큰 틀에서 보면 방향은 맞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사외이사들은 18일 열릴 은행 이사회 때 새 은행장 선임절차를 논의키로 했지만 일단 보류시켰다. 당초 이들은 현 은행장 직무대행자를 염두에 두고 후임승계절차를 진행하려했지만 은행 사외이사제 활동 근간을 뒤흔들 방안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은 셈이다.

대신 더 큰 이슈인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발표에 따른 세부규정 개정작업 때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 사외이사들은 지주사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장 선임절차는 보류됐지만 갈등의 씨앗은 계속 남아있는 셈이다.

반면 오는 21일 열리는 금융지주 이사회에선 규정 개정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난 4월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 당시, 앞으로 지주사가 어떤 방식으로 자회사를 통제할지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선진화방안은 미비했던 규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진통은 겪겠지만 정황상 DGB그룹 사외이사들의 대폭적 물갈이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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