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름다운 은퇴를 권한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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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  발행일 2018-09-18 제30면   |  수정 2018-09-18
[취재수첩] 아름다운 은퇴를 권한다
손선우기자<경제부>

대구상공회의소에 또 ‘그 분’이 오신다. 이번에는 실국장이 아니라 부시장이다.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이틀 뒤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 심사를 치른다. 지난 7월23일 퇴임한 뒤 한달여 만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될 자격을 얻는다.

민과 관을 이어주는 상근부회장은 매번 관료 출신들이 선출돼 왔다.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전임 상근부회장들은 거의 대부분 장기 재임해 왔다.

이유는 대구상의가 대구시와 맞물린 이해관계 때문이다. 대구상의 입장에선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을 많이 따내기 위해선 다년간 공직경험이 있는 고위 공직자가 필요하다. 역대 최장수 경제부시장을 지낸 김 전 부시장은 그런 점에서 적격일 것이다. 그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2011년 2월부터 8년 가까이 경제부시장으로 근무했다.

어제까지 함께 일했던 사람에게 인정상 약간의 편의를 봐준 것 뿐인데 너무 야박한 비판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역대 대구시장들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대구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단체 등의 수장을 맡아왔고, 퇴직한 고위공무원과 낙선한 전직 의원들은 공사와 공단, 출자·출연기관에 재취업해 왔다. 그때마다 ‘공직경험을 살려 지역에 기여하겠다’는 단골 멘트가 따라 붙었다. 낙하산이 꼭 잘못은 아니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 국내 산업환경은 기존 사업을 시장 변화에 맞춰 혁신해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재하 회장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취임사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노동환경 변화, 북핵위기 같은 환경변화 속에 지역경제와 기업이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대구상의 내부는 경제계의 ‘올드보이’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태다. 새로운 영역의 산업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혁신성과 창의성을 가진 젊은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국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은 대구엔 더욱 강력한 혁신과 파격의 새 바람이 필요하다. 그 새 바람을 대구상의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젊고 새로운 세대가 앞장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구상의가 퇴직 관료를 보험삼아 받은 보조금으로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인 사업을 되풀이하는 것에 안주해선 안되는 까닭이다.

노년기를 인생 이모작의 기회로 삼아 사회에 봉사하려는 사람이라면 고액 연봉의 일자리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평생 쌓아온 지혜와 경륜을 보태주는 다른 여러 방법이 있다.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이끄는 중국 최고의 부호 마윈 회장은 55세가 되는 내년에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새로운 인재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 하기 때문이다. 절정의 순간에 용퇴를 결정한 그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낸다. 마윈같은 인물이 부러운 이유다.손선우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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