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김정은 또 '솔직·겸손 화법'…"수준 낮을지 몰라도"

  • 입력 2018-09-18 00:00  |  수정 2018-09-18
문대통령과 환담서 "최대 성의와 마음 다한 숙소와 일정, 마음으로 받아달라"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는 언급도…유머·위트도 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유의 솔직하고 겸손한 화법이 18일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가진 환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뭐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예고 없이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한 뒤 "너무나도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안 좋아서), 제대로 된 영접을 못 해서 늘 가슴에 걸렸다"며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오늘 이렇게…"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고 하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이날 평양을 처음 방문한 문 대통령 부부가 받은 환영과 의전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겸손'이라고 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과 김 위원장 부부가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까지 영접을 나온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북한군 의장대(명예위병대)는 공항에서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의장행사를 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췄고, 평양시민 10만여 명은 거리로 나와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열렬히 환영했다.


 문 대통령이 묵는 백화원영빈관은 북한을 찾는 국가 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으로, 올해 초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과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결국, 김 위원장의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화법과 언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김 위원장은 사회의 문제나 지도부의 잘못을 웬만하면 시인하지 않는 북한체제의 관행을 깨는 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작년 조선중앙TV로 전국에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과의 환담을 연상시킨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솔직하고 겸손한 언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남한이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을 띄우는 파격을 보인 것이다.


 이날 백화원영빈관 환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이제는 '전매특허'처럼 돼버린 '치부 솔직히 드러내기'와 '남한 띄우기'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날 백화원영빈관에서 문 대통령 부부에게 "좀 쉬시라"면서 "연출부장이랑 다 나와. 왜 여기까지 들어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면모도 보였다.


 그는 지난 3월 방북한 우리 특사단과 4·27 정상회담에서 그간 북한의 잦은 무력 도발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취지의 재치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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