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때 한자 1급 따낸 후 어린이집서 ‘한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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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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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대명동 85세 이순늠씨

외손녀 공부하던 책으로 독학

연습장에 쓰고 또 쓰면서 익혀

“사람에게 배움이란 끝이 없습니다.”

이는 칠순 중반에 젊은이도 어렵다는 한자능력 1급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쉼 없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순늠씨(여·85·대구 남구 대명동)의 지론이다.

한자능력 1급 자격증은 3천500자 이상의 한자어를 정확히 읽고 필사할 수 있어야 합격할 수 있는 어려운 시험이다. 출제 영역 또한 독음, 훈음쓰기, 한자쓰기, 장단음, 반의어, 상대어, 부수, 뜻풀이 등 다양하다.

이 자격증을 보유한 주인공인 이씨가 한자 공부에 푹 빠지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외손녀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하던 책을 받아 독학으로 한자능력 2급 시험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73세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항상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아궁이 불을 지피면서 책을 읽다가 불이 날 뻔해 호되게 꾸중들은 일이 있을 만큼 책을 가까이 하고 재미있어 한 소녀였다.

과거 지인들에게 친정어머니께 배운 축문과 제문을 대필해 줄 만큼 한문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어 2급을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1급 자격증은 그렇게 쉽게 획득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하실 수 있다”는 아들의 한마디에 용기를 얻고 다시 도전해 2008년 75세의 나이에 독학으로 한자 1급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4번의 도전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이씨의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이씨의 장녀 배현숙씨(61·대구 북구 동천동)는 “이면지를 재활용한 A4 용지에 한자가 빼곡하게 쓰인 연습장을 차곡차곡 쌓아두니 그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나의 어머니지만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이씨는 5년 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어린이집에서 주 2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이씨는 동 행정복지센터 문화교실에서 일본어와 서예를 배우면서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이씨는 “한자공부를 통해 황혼기에 접어든 내 자신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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