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일부 사외이사들 행장 선임에만 목 매나”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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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16면   |  수정 2018-09-19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에 반발하자
지주측 “경영사태 책임 인식못해”
일각선 “지주-은행 계속 대립땐
금융당국 경영심사서 낭패볼수도”

DGB금융지주가 지난 14일 외부 컨설팅기관을 통해 발표한 ‘DGB그룹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이 예상대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모양이다. 18일 소집된 대구은행 이사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이 이 방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은행 사외이사들은 이 방안이 실행되면 자신들이 하려는 새 대구은행장 선임절차 진행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 강력한 저항의사를 드러냈다.

DGB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날 이사회에서 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은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에 전반적으로 부정인 평가를 내렸다. 이 방안의 핵심골자는 금융지주사가 대구은행 등 자회사 CEO 추천권을 갖고,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및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은행 사외이사들은 은행장 자격기준에 대해 날 선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선진화 방안대로라면 은행장(CEO) 자격기준을 충족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 사외이사들은 이는 행장을 뽑지 말라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지난 4월 분리됐는데도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려 하거나 순수 외부인사를 데려오려는 것이 아니냐며 선진화방안 추진의 저의를 의심했다.

결국 새 은행장은 예전처럼 은행 사외이사들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 선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일부 은행 사외이사들은 현재 행장 직무대행자를 새 행장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금융지주 이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가시밭길 행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주사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지주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진 DGB사태는 은행에서 모두 발생했고, 당시 은행 경영진에 대해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의 책임도 있는데 이를 아직 인식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또 “이 방안은 특별법인 금융지주사법에 따라 그동안 미비된 그룹의 지배구조 규정을 바로잡고 사외이사제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은 오직 행장 선임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정황상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의 실행은 불가피하다. 지주사 중심체제의 금융그룹에서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은 지주사 및 지주 이사회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다. 21일 열릴 예정인 지주 이사회에서 통과만 되면 실행이 가능하다. 이후 지주사 및 지주이사회가 관련 규범을 개정하면 은행 이사회도 지주사 방침에 따라 개정작업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일각에선 “지주사와 은행 이사진들이 표면적으로 계속 대립하는 구도를 보이게 되면 그룹에 적잖은 타격이 갈 수 있다”면서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조직의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에 대해 은행 쪽에서 계속 태클을 걸면 향후 금융당국의 경영실태검사, 지배구조검사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다. 아울러 급변하는 디지털금융환경에 부합하는 각종 신사업도 당국의 승인을 받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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