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교육부 장관 경질에 담긴 의미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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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30면   |  수정 2018-09-19
적폐청산 실패, 우왕좌왕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경질로
교육개혁정책 방향 불투명
다른 정부부처도 기대이하
마음 다잡고 제역할 다해야
[동대구로에서] 교육부 장관 경질에 담긴 의미

청와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임으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김상곤 장관의 교육 마인드와 리더십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교육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장관 취임 후, 전 정권 최대 적폐 부서인 교육부를 혁신하고 올바른 교육정책을 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뭐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혼선만 일으키고 별 성과 없이 물러나게 됐다. 장관 개인적으로도 불행이지만 교육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만만찮다.

문재인정부 탄생 과정에 교육부 해체 목소리가 많았다. 그만큼 교육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교육부는 멀쩡하고 장관이 떠나는 꼴이 됐다. 현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인 김 장관이 물러나면서 앞으로 정부 교육정책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유은혜 국회의원이 오늘 청문회를 통과해 새 교육부장관에 취임하더라도 큰 기대를 할 상황이 아니다. 큰 하자가 없는 한 믿고 맡겨두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혁보다는 현상유지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도 교육부가 제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현 정부도 이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십 년째 교육부 장관이 늘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물러난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교육부 장관의 무능이나 역할 미흡으로 인한 잦은 교체, 교육부 관료에 대한 통제 한계는 사실 오래된 문제다. 민주화의 진전과 잦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의 권위를 여전히 누리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처럼 전문성이 극대화된 관료집단은 변화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또 전국 대학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장관들은 교육정책을 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접근하거나 섣불리 입시정책에 손을 댔다가 역풍을 맞았다. 교육부 관리 입장에서 보면 비전문가가 대부분인 장관이 여론을 등에 업고 이런저런 정책을 남발하다 자기 운명을 재촉한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교육관료들과 국민여론을 등에 업은 장관이 대립할 경우 종국에는 장관이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관료주의 구조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김상곤 장관조차 전문성이 그렇게 많지 않고 교육부 관료들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교육정책이 길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

김상곤 장관의 경질을 보면서 교육부만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 역할을 하는 정부부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로부터 남북관계만 빛나는 지지를 받을 뿐 나머지 부서는 존재감 자체가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과 청와대만 제대로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 현 정부는 탄핵 국면에서 급작스럽게 탄생했지만 구조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인력 풀이 얇은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진보와 보수로 단순 구분했을 때 진보진영의 인력 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진보정권 탄생 후 국정운영에 큰 장애물인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정부의 총론이나 대원칙, 대의명분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나 각론으로 들어가 개별 정책에 대한 타당성이나 구체적 실행 로드맵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현 정권에서 추구하고 있는 국정철학이 정책입안이나 집행단계에서 변질되거나 추진동력을 잃어버려 국가운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에서 보듯이 국민도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현 정부 출범 후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따른 파급효과가 대부분이다. 국민은 새정부가 들어선 지 1년 하고도 4개월 동안 기다려왔지만 갈수록 나빠지는 생활고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현 정부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현실은 냉엄하다. 모든 정부부처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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