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백두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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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  발행일 2018-09-21 제22면   |  수정 2018-09-21
[미디어 핫 토픽] 백두산
백두산 천지 제운봉에 핀 두메양귀비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못 본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천지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평균 안개일수 267일, 강수일수 209일, 강설일수가 145일이니 그럴 법도 하다.

민족의 영산이자 시원인 백두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하루에도 맑았다 흐렸다를 수십 차례 반복한다. 산 아래와 산 밑의 날씨도 다르다. 한여름에도 천지 주변은 매우 추워 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겨울은 영하 30℃까지 내려간다. 대략 6~9월 천지가 얼지 않을 뿐, 나머지 8개월은 천지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함께 오르면서 백두산과 백두산 날씨가 포털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날씨가 좋아 함께 백두산을 배경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보도돼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백두산 천지를 반으로 나눠 북쪽은 중국이, 남쪽은 북한이 차지하고 있기에 두 정상의 백두산트레킹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중국의 창바이산(장백산)이 아닌, 한민족의 백두산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일반적으로 동파, 서파, 남파, 북파 네 루트다. ‘파(坡)’는 중국어로 ‘포’라고 하는데 언덕이란 뜻이다. 동파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오른 코스다. 삼지연을 기점으로 한다. 남파는 북한의 혜산시와 접경인 중국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등정할 수 있다. 오르는 길에 천혜의 장관인 압록강수림을 감상할 수 있다. 서파와 북파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이도백하진 루트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코스로 간다. 북파쪽에서 가면 소천지, 지하삼림, 부석림, 장백폭포를 볼 수 있으며, 서파쪽에선 금강대협곡, 왕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2005년 1년간 백두산 아래 연길에서 살며 수 차례 백두산에 올랐다. 이후에도 거의 매년 백두산을 찾았다. 동파는 분단으로 갈 수 없었고, 남파는 그해 11월 장백조선족자치현까지 갔다가 중국이 산불예방으로 입구를 통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서파와 북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올라가봤다. 기억에 남는 건 백두산에서의 야영과 한밤중 노천온천욕 그리고 다음날 해돋이 감상이었다. 특히 천지 일출은 잊을 수 없는 잔상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그날 새벽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제 동파와 남파로도 자유롭게 백두산을 트레킹할 날이 머잖은 것 같다. 그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다 함께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으자.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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