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퀄리티 CG·사극·액션 ‘한국영화’ 對 SF·애니 ‘틈새외화’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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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  발행일 2018-09-21 제42면   |  수정 2018-09-21
■ 명절 연휴 다양한 장르로 관객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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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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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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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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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올 추석 연휴는 대체휴일을 포함해 닷새를 쉴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최장 열흘간 연휴가 이어진다. 대목을 맞은 극장가는 일찌감치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관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사극부터 범죄, 공포, 애니메이션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고 풍성하다. 올해 역시 한국영화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영화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이 추석을 겨냥해 대작 4편을 한꺼번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4편 모두 제작비 100억~2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여기에 틈새 시장을 노리는 외화들까지 가세한 만큼 유례없는 각축전이 예상된다.

◆대세는 한국영화…‘명절=사극’ 공식을 이어갈까

추석 대작 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물괴’(13일)다. 총제작비 125억원이 투입된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전대미문의 존재, 그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물괴’는 중종 22년을 배경으로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와 이에 맞서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사극이다. 당연히 관전 포인트는 괴수를 어떻게 구현했느냐일 텐데, 해외 바이어들이 ‘물괴’의 뛰어난 CG 퀄리티에 감탄해 판권을 구매했을 만큼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볼거리에 비해 이야기의 밀도는 다소 아쉽다.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박성웅 등이 출연했다.


물괴 : 역병품은 괴이한 짐승과 사투 그린 액션 사극
안시성 : 고구려 시대 박진감 넘치는 스케일·전투신 볼만
명당 : 땅의 기운 알아보는 천재지관과 인간들의 암투
협상 : 인질범과 12시간내 협상하라…쉴틈 없는 긴장감
더 프레데터 : 무자비한 사냥꾼 외계종족 30년만에 부활
더 넌 : 수도원 충격적인 악령에 맞서는 신부와 수녀
애니 4편 : 외계삼총사·요괴이야기…가족 즐기기 좋아



220억원이 투입된 ‘안시성’은 그동안 국내 영화에서 깊게 조명되지 않았던 고구려 시대로 눈을 돌린 작품이다. 역사에 남아 있는 고작 세 줄뿐인 안시성과 양만춘에 관한 기록이 그 시작점이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두 번의 공성전, 토산전투 등이 360도 촬영이 가능한 스카이워커, 드론, 로봇암, 팬텀 등 최첨단 촬영 장비들로 압도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케일과 비주얼을 선사한다. 이를 위해 보조출연자만 6천500여 명이 참여했고, 전투 장면에 활용된 말은 650필에 달했다. 총 7만평 부지에 실제 높이를 구현한 11m 수직성벽세트와 국내 최대 규모인 총길이 180m 안시성 세트를 제작한 것은 물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토산전투도 약 5천평 규모의 토산 세트를 직접 제작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김광식 감독은 “고구려 특히 안시성 전투와 관련된 사료가 부족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남아 있는 사료를 통해 100% 고증 가능한 부분은 철저하게 고증했고, 그 외의 이야기와 요소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조인성, 남주혁, 배성우, 오대환, 엄태구 등이 출연한다.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인 ‘명당’은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팩션 사극이다. 천하명당을 이용해 왕권을 탐하고, 결국 개인과 시대의 운명까지 바꾸려는 인물들의 갈등이 풍수지리 사상에서 시작된 명당이라는 소재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땅의 기운을 알아보는 천재 지관과 땅의 기운으로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 간의 암투, 이들의 날 선 논쟁과 다툼은 결국 탐욕(권력욕)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뻔한 구도로 흐르지 않았다는 점은 미덕이다. 초반부의 이분법적인 구도 역시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군은 적으로, 적은 아군으로 자리바꿈을 한다는 점도 흥미를 더한다. 이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와 반전이 극을 매력적으로 끌고가지만 아쉽게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 시종 묵직한 감정선과 비장미가 넘치는 탓이다. 조승운, 지성, 백윤식, 유재명, 김성균 등이 출연한 ‘명당’은 12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현빈과 손예진이 투톱 주연을 맡은 ‘협상’은 추석 대작 중 유일한 현대물이다. 네고시에이터(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운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12시간 내 인질범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긴박한 과정을 다뤘다. 충무로 흥행퀸 손예진이 협상전문가 하채윤으로, 현빈이 사상 최악의 인질범으로 등장해 창과 방패 같은 극한 대립을 보여준다. 대중과의 호흡에 능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흥행술사’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 작품이다. 윤제균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 스토리에 대한 공감, 그리고 상황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화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협상’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판을 키우며 쉴 틈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114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엔 서로를 모니터 화면으로만 대하며 호흡을 맞춘 ‘이원동시촬영’이 큰 역할을 했다. 상대방의 리액션 없이 연기를 펼친 배우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작업이었겠지만, 관객들은 실제 협상이 벌어지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반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결말에 대한 임팩트가 약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외화까지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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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레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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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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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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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뽀잉 : 슈퍼 변신의 비밀’

우선 SF 영화 제작비로서는 적은 1천500만달러로 1억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올린 ‘프레데터’(1987)의 후속작 ‘더 프레데터’가 앞서 12일 개봉했다. 우주 최강의 사냥꾼 프레데터가 30년이 지난 2018년에 부활한 만큼 더욱 강하고 압도적인 캐릭터로 업그레이드됐다. 프레데터는 목표물을 정해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무참히 사냥하는 외계 종족이다. ‘더 프레데터’를 통해 새롭게 마주한 프레데터는 신장이 무려 3m로 인간의 두 배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과 진보된 기술을 탑재, 더욱 무자비하고 두려운 존재로 진화됐다. 영화는 전작들처럼 프레데터의 사냥에 맞서는 인간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지만 볼거리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헐겁다.

‘더 넌’은 ‘컨저링2’에서 수녀의 모습으로 등장해 최강의 공포를 선사한 최악의 악령 발락의 기원을 다룬다. 루마니아의 젊은 수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바티칸에서 파견된 신부와 수녀가 수도원을 조사하던 중 충격적인 악령의 실체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시작부터 공포영화의 본령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수녀원을 배경으로 목을 맨 수녀가 등장하고 신부는 악령에 의해 산 채로 파묻힌다. 스크린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 역시 기묘한 카메라 워킹과 폐부를 파고드는 사운드로 채워져 간담을 서늘케 한다. ‘컨저링 유니버스’를 완성한 제임스 완이 제작은 물론 ‘그것’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게리 다우버만과 함께 각본을 담당했다. 신부와 수녀가 악령을 무찌른다는 단순하고 식상한 스토리 구조지만 때늦은 공포를 체험하기엔 충분하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패밀리 애니메이션도 대기 중이다. ‘루이스’는 고무처럼 말랑말랑하고, 눌러보면 탱글탱글할 것 같은 독창적인 비주얼이 눈길을 끄는 외계 3총사와 12세 소년 루이스의 모험을 다룬다. 외계 3총사가 마사지 매트를 사기 위해 지구를 방문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엄마 몸 위에서 버섯처럼 자라고, 성장 후에 머리카락 한 올이면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할 수 있는 이들의 독특한 능력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극장판 요괴워치 섀도사이드: 도깨비왕의 부활’은 ‘요괴워치’의 창시자 히노 아키히로가 원안·각본 등 총지휘를 맡았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요괴들과 선택 받은 자들이 힘을 합쳐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최강의 적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성장한 지바냥과 요괴들의 새로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또 ‘에그엔젤 코코밍: 두근두근 핼러윈 파티’는 핼러윈 파티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의 범인과 단서를 추리해 나가는 코코밍들의 활약을 담았고,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은 위기에 처한 놀이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뽀잉과 친구들의 변신 과정을 유쾌하게 담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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