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BTS와 팬덤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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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7   |  발행일 2018-09-27 제30면   |  수정 2018-09-27
추석연휴 유엔서 연설 BTS
몇년전에는 여성혐오 논란
팬클럽 아미는 감싸지 않고
당당하게 비판의 목소리 내
BTS의 변화와 성장 이끌어
[여성칼럼] BTS와 팬덤 ‘아미’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추석연휴기간 중 환한 보름달만큼이나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BTS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UN총회 무대에 선 것이다. 리더 RM이 대표로 나서 “세계의 젊은 세대들이여. 자신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이제 더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희망 메시지의 연설을 했다. 연단에 선 성장(盛裝)한 20대 초반 일곱 명의 한국 청년들은 쉰을 넘긴 내게도 충분히 멋지고 당당해 보였다. 자신들이 선 곳이 어느 곳이든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토종 아티스트 그룹 BTS가 세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단순히 그들의 춤과 노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번 UN 연설에서도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을 발매하고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팬들로부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될 정도가 된 것이다.

BTS가 세계적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두 번 연속 정상을 차지하자 BTS 보유국 대한민국에선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 마냥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이들의 병역면제를 걱정해주고 있고, 이들의 노래는 모르더라도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명은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런 BTS가 몇 년 전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기침 기침하게 만드는 여자들/ 옷차림 다 비침 비침/ (중략) /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호르몬 전쟁), “음식을 눈으로 먹냐 여자애들처럼/ 사진 좀 찍지 마라 내 입맛 떨어져/ 또 업뎃하기 바쁘겠지 얼굴책 아님 짹짹이에/ 인생은 3D야 내 얼굴보고 짹짹대”(핸드폰 좀 꺼줄래),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So 존나게 잘해 갑질/ 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농담). 이외에도 많은 곡에 성차별적인 가사내용이 들어 있다.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BTS의 음악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담겨져 있다니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이처럼 성차별적인 가사들이 앨범에 등장하자 2016년 5월 BTS 팬이던 여성들이 이에 대한 소속사와 멤버의 해명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소속사와 BTS 멤버의 대응이 놀라웠다. 소속사는 두 달 뒤 공식입장문을 통해 방탄소년단 가사 내 여성혐오 논란이 있음을 인지하고 콘텐츠 제작에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크게 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팬들과 사회의 조언에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멤버들도 논란이 있고난 이후 공연무대에서 문제가 되었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하고, 젠더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으며, 향후 음악을 만들 때 가사내용에 대해 여성학 교수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BTS의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팬들의 힘이라는 것이다. 스타를 감싸주기 바빴던 팬덤에서 이런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펜클럽 ‘아미’는 지난주 우익·여혐 논란이 있는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도 항의를 통해 철회시킨 바 있다. 팬들의 비판을 건강하게 수용하는 BTS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가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변화시키는 팬덤은 그 자체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건강한 팬덤이 아티스트를 성장시킨 좋은 사례라 하겠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UN연설 말미에 RM이 강조한 구절이다. BTS 팬덤 ‘아미’는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훌륭하게 내고 있다. ‘아미’는 BTS를 지키는 진정한 군대(ARMY)가 될 것이다. 진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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