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어 개방형 마을로 바뀌면서 주민간 소통도 훨씬 많아지고 있는 문경 신기동 13통 마을 전경.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김환국 통장. |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집집마다 담장을 허물고 나무·야생화로 정원을 꾸며 마을 경관을 확 바꿔 놓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한적한 주택가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문경 신기동 13통 마을이다.
“뭔가 특색이 있는 마을을 만들자.” 10여 년 전 이렇게 의기투합한 주민들은 그동안 잘 꾸며 놓은 전국 각지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꼼꼼히 벤치마킹했다. 아울러 행정기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관련 지원을 받아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마침내 지난달 8가구가 담장을 시원하게 허물었다. 집 마당에 숨겨져 있던 조경수·야생화 등은 새로 쌓은 낮은 석축과 조화를 이루도록 옮기거나 새로 심었다. 결과는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마을 전체가 ‘아름다운 공원’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도로 건너편 스틸하우스 단지와도 잘 어울렸다. 이미 입소문도 많이 났다. 인근 주민은 물론 외지에서도 구경 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담장 허물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 10여 년 전 한차례 문경시 예산을 지원받기로 했으나 일부 주민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마을 김환국 통장(67)이 끈질기게 설득하고 노력한 덕에 올해 다시 시 지원을 받아냈다.
담장을 허문 8가구 모두 쌍용양회 문경공장 퇴직자라는 공통분모도 큰 도움이 됐다. 김 통장은 1994년 쌍용양회 퇴직을 앞두고 회원을 모집해 연탄공장이던 이 마을 터 10만여㎡를 함께 구입하고 집도 함께 지었다. 그다음 목표는 ‘담장없는 마을’이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도시재생 등 관련 지식을 쌓아 나갔다. ‘컴맹’이었던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까지 익혔다. 이젠 손쉽게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김 통장은 ‘신기한 신기동네 만들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이웃과 관계 공무원에게 보여주며 사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사업의 첫 단계가 바로 ‘담장없는 마을 만들기’였다.
김 통장은 신기동의 미래도 그리고 있다. ‘벽화마을’ ‘휴식공간이 있는 강변마을’ ‘야생화가 있는 허브마을’ 등 각 통마다 특화된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이사 오고 싶어 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그의 최종 꿈이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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