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난리는 처음” 황톳물 덮친 강구시장 초토화…태풍 ‘콩레이’ 직격탄 맞은 경북

  • 남두백,송종욱,김기태,김제덕,박성우,원형래
  • |
  • 입력 2018-10-08 07:14  |  수정 2018-10-08 07:14  |  발행일 2018-10-08 제3면
시장 상인 “배수펌프 제때 작동하지 않아”
경주 국도서 산사태…부실공사 원인 지적
포항 부추·시금치 단지 폭우에 잠기기도
영주 부석면 사과농가 수백㏊ 낙과 피해
“이런 물난리는 처음” 황톳물 덮친 강구시장 초토화…태풍 ‘콩레이’ 직격탄 맞은 경북
태풍 ‘콩레이’가 할퀴고 간 영덕 강구시장. 순식간에 침수 피해를 입은 상점 안 물건과 도구들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영덕=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이런 물난리는 처음” 황톳물 덮친 강구시장 초토화…태풍 ‘콩레이’ 직격탄 맞은 경북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영주 부석면 임곡리 한 과수원에서 사과나무가 뿌리째 뽑혀 있다. <영주시 제공>
“이런 물난리는 처음” 황톳물 덮친 강구시장 초토화…태풍 ‘콩레이’ 직격탄 맞은 경북
7일 오후 포항 남구 연일읍 부추 재배단지. 폭우로 물에 잠겼던 하우스 내부가 처참하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지난 6일 경북지역에 큰 상처를 주고 빠져나갔다.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한순간에 소중한 집과 일터를 잃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진 굵은 빗줄기에 수확을 앞둔 논과 밭도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 일부 지역에선 산사태로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영덕 ‘최악 직격탄’

“내 나이 여든이 훨씬 지났지만 이번과 같은 물난리는 60년 전 사라호 태풍 이후 처음입니다.”

영덕 강구시장 내 2층짜리 집에서 살던 남성진씨(85)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순식간에 황톳물이 집 안으로 밀려왔다. 정신없이 집사람과 함께 소방대 보트를 타고 집에서 빠져 나왔다”고 태풍 때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번 태풍으로 경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덕에서도, 특히 강구시장 일대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5~6일 이틀새 영덕읍과 강구지역에 내린 비만 300㎜가 넘었다. 기자가 찾은 7일 오전, 강구시장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물이 빠지면서 남겨진 황토는 2~5㎝ 깊이 뻘이 돼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상인 김모씨(65·강구면)는 “태풍이 쓸고 간 자리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고 울먹였다. 그는 “시장 주변에 배수펌프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강구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상인이다. 작게는 수천만원부터 억대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경주, 태풍만 오면 산사태

“가을 태풍만 오면 4번 국도 산사태가 발생합니다. 명백한 부실 공사 탓입니다.”

7일 경주 양북면 장항2리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태풍 ‘차바’ 때도 토함산터널 앞 산사태로 토사가 4차로를 덮쳤고, 이번에도 장항교차로에서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산사태로 장항교차로 인근 250m 도로에 옹벽과 토사가 도로를 덮쳤다. 아스팔트는 20m까지 치솟아 올랐다. 강한 지진으로 도로가 뒤틀려 솟아 오른 듯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1시쯤 발생했다. 다행히 전날 밤 10시30분쯤 터널관리사무소에서 도로포장 융기가 발생했고, 경찰이 차량을 전면 통제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부산국토관리청 포항사무소는 “사고가 난 야산 사면에 강심이 박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났지만 복구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사고 현장엔 포항사무소·경주시 등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취재차량과 주민이 현장에 접근했지만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다. 특히 경주시는 사고 도로가 경주시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관했다.

◆포항 ‘눈물의 들녁’

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흥안리 들녘은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전날 내린 물폭탄에 일부 논의 벼가 물에 잠겼다. 넓은 흥해 평야 논 곳곳에서 쓰러진 벼들이 목격됐다. 부추·시금치로 유명한 남구 연일읍 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형산강 둑을 경계로 조성된 부추·시금치 단지는 하우스로 진입하기조차 어렵다. 땅이 마르지 않은 탓에 진흙 범벅이다. 가까스로 들어간 부추 하우스엔 한 뼘 이상 자란 부추가 쓰러져 있었다. 또다른 하우스를 들여다 보니 최근 싹을 틔운 부추 잎 위로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날 피해를 확인하러 온 70대 농민은 “부추가 물에 잠기면 얼마 안 있어 녹아 버린다. 상품 가치가 없다”면서 “하우스 3동이 물에 잠겼다. 시금치 농사를 망쳤다”고 울먹였다.

물이 불어난 남구 오천읍 냉천의 수변공원 시설 일부도 유실됐다. 냉천의 자전거 도로 하부가 6일 내린 비에 유실 피해를 입었다. 또 수변공원에 조성된 인도도 뜯겨져 냉천 하류 인근에 쌓여 있었다. 7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포항지역에선 실종 1명을 비롯해 도로침수 26건·주택침수 22건·화재 5건 등 106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났다. 6일 오전 10시30분쯤엔 포항 북구 신광면 기일리 소하천에 이모씨(76)가 빠져 실종됐다.

◆영주 사과 낙과 피해 커

영주에선 513㏊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부석면은 전체 사과 피해면적 508㏊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50㏊가 피해를 입었다. 부석면 임곡·북지리 등은 사과 낙과율이 50%를 넘어섰고, 뿌리가 뽑힌 사과나무가 많아 피해 규모가 적지 않다.

청도에선 승용차로 불어난 하천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렸던 모자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8시5분쯤 청도 이서면 가금리 청도천에서 승용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김모씨(여·46)와 김씨의 아들(19)이 급류에 휩쓸려 200m가량 떠내려갔다. 가까스로 나뭇가지에 차량이 걸려 차량 지붕 위로 몸을 피해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청도소방서 관계자는 “아들의 대학입시 면접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화를 입을 뻔 했다. 아들은 경찰차를 타고 면접 시험장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울원자력본부는 태풍 영향에 따라 한울 4호기부터 순차적으로 백색비상을 발령했다. 한울 1∼4호기에 발령된 백색비상은 7일 0시59분쯤 해제됐다.

남두백·송종욱·김기태·김제덕·박성우·원형래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