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물론 비교과 활동도 학교서 완벽히 마무리”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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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8 07:35  |  수정 2018-10-08 08:57  |  발행일 2018-10-08 제15면
■ 성공하는 학생부의 법칙 ⑥ - 경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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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학생들이 수도권지역에서 진로탐색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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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고려대 학생들에게 영어논문쓰기지도를 받는 경북고 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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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학생들이 학부모 대상으로 ‘학교 설명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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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만나 입시전략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이재철 경 북고 교장과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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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문가의 각종 진학 관련 정보를 경 청하는 학부모들. <경북고 제공>

지난해 6월 이재철 경북고 교장은 3학년 부장 교사 등 7명을 이끌고 서울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찾아 나섰다. 학교 입시자료를 보여주고 실패 요인 등을 분석하겠다는 요량으로 수시 준비에 바쁜 시기에 먼 길을 결정한 것. 하지만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은 자료를 대강 훑어보더니 다 안다는 듯 “경북고, 이렇게 하면 3년내 망합니다”라고 호통을 쳤다. 이 교장은 사정관의 질타에 무안했지만, 속으로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단단히 결심했다. 학교로 돌아가 2가지 분명한 입시전략을 세웠다. 첫째 정시 위주 입시전략을 수시로 바꾸고, 둘째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 경북고의 학생부 대비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이재철 교장, 주요대 입학사정관 조언 취합
입시전략 ‘수시 위주’‘공교육 정상화’수정
“교내 각종 교육활동 참여가 곧 학생부 준비”

보충수업 없을 때 활용 ‘공백기 프로그램’
학교서 대학생 英數 멘토링 등 학생부 관리
주말에 학교 도서관 이용까지 꼼꼼히 기재
2박3일 진로탐색 ‘커리어로드맵’큰 인기


◆학교도 학부모도, 정시의 꿈을 깨라!

서울서 돌아온 이 교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학부모 교육’이다. 전국 내로라하는 입시 전문가들을 강사로 포진시켰다. 국내 최고의 ‘학생부종합전형 전문가’로 이름난 전경원 하나고 교사를 비롯해 김경범 서울대 교수, 윤기영 충암고 교사, 최승우 경기 문산고 교사 등. 이 교장이 이들 유명 강사에게 준 미션은 단 하나였다. 바로 ‘왜 정시 위주로 준비해선 성공할 수 없는지’ 강의해 달라는 것.

시청각실이 가득찼다. 학부모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일부 학부모는 극렬하게 수시 위주 입시 대비에 반대했다. 한 학부모는 “인근 유명 A사립고도 정시로 다 보내는데, 왜 경북고가 수시로 가려고 하냐”고 따졌고, 이에 이 교장이 “학부모님 자녀, 재수시키려고 그러냐”고 응수했다. 이 교장은 이날 ‘수시 위주냐, 정시 위주냐’를 놓고 3시간30분 동안 학부모들과 ‘끝장토론’을 벌였다.

이 교장은 “수능으로 일류대 보내는 시대는 갔다. 정시 없이 수시로 학생 100%를 뽑는 포스텍을 보라. 학생수 감소 추세에 따라 앞으로 많은 대학이 이를 따라갈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정시 확대 얘기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반고는 수시 위주로 대비하지 않으면 더이상 성과를 못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학부모 교육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다. 수시 대비의 중요성을 깨닫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고, 학교 정책에 협조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여기에 힘을 얻어 경북고는 교사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당시 교사들도 ‘정시파’와 ‘수시파’로 나눠져 있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한 말의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교사들에게 생생하게 전했다. 이후 학생부 대비가 입시 성과로 속속 드러나면서 교사들도 수시 위주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활동이 곧 학생부 관리

학부모, 교사의 힘을 등에 업으니 이제 학교로선 실력을 발휘해야 했다. 경북고는 다른 일반고에서 선보이지 않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특히 보충수업이 없는 시기를 활용한 ‘공백기 프로그램’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여름방학 중 8월 초가 되면 보충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어정쩡한 수험 시기를 보낸다.

올해는 8월6일부터 11일까지 보충수업이 없었다. 학교는 이 시기에 부산대 드론동아리 학생 7명을 학교로 불러왔다. 학생들과 함께 60시간에 걸쳐 ‘코딩 드론 캠프’를 했다. 또 서울대, 연세대 학생들의 지도로 영어논문쓰기(20시간), 영어·수학 멘토링을 진행했다.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초청해 인문학 특강도 했다. 학생들은 자칫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에 학생부 관리를 하며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김동기 경북고 진로진학부장은 “학교에서 공부는 물론 비교과 활동도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교내 교육활동에 참여하면 그것이 곧 학생부 준비가 되고, 하다 못해 주말에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도 이용한 시간을 학생부에 기재한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은 학생 자율로 참여하되 성적에 관계없이 학생이 원하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고 최고 인기 학생부 대비 프로그램은 뭘까. 바로 ‘커리어로드맵’이다. 1학년 학생들이 희망 대학과 직업에 대해 직접 취재하면서 진로탐색을 하는 것으로, 다른 일반고에서도 흔히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고의 프로그램은 한발 더 나아간다. 2박3일 동안 서울에 체류하며 낮에는 자신이 섭외한 대학·관공서·기업 등을 직접 찾아 궁금한 점을 인터뷰하고, 저녁엔 숙소에서 유명 수학 강사 및 졸업생 특강 등을 마련해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희망하는 진로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실질적인 입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참여한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이란 입소문이 자자하다. 올해 87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요즘 학교 인기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학교 입학설명회를 열었는데 35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찾아왔다”며 미소를 보이던 그는 “이대로 3년을 투자하면 결과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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