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수필가·민요가수·고수 ‘1人 3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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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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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현동 57세 김귀선씨

“친구들과 잘 놀기 위해 익혀

한 분야 자리매김 10년 걸려”

최근엔 창작 에세이집 출간

수필가이자 민요가수인 김귀선씨가 장구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나이 들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있는 장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너무 많이 건드린 것 같습니다.”

수필가이자 민요가수, 고수(鼓手)인 김귀선씨(57·대구 북구 대현동)가 다방면에 능통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가 어느 하나 정통하기 쉽지 않은 분야에서 나름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는 것.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에세이집을 내고 민요를 하며 장구를 치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함을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

46세 되던 해에 문학에 발을 들여 놓은 김씨는 글을 쓰면서 특이한 경험을 했다. 일상에서 속상했던 일을 글로 풀어낼 때마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나 하면서 살아가세’라는 태평가 가사가 떠올랐던 것. 습작과 흥얼거림이 합쳐지면서 위로받는 자신을 발견한 김씨는 내친 김에 문학, 민요, 장구를 한꺼번에 배우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예술은 절대 한꺼번에 다 내어 주지 않았다. 손톱만큼씩 보여줬다. 특히 민요와 장구는 더 어려웠다.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 거리를 버스를 타며 2년 동안 배우러 다녔다.

그는 “희한하게도 하나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되면 다른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문학·민요·장구 이 세 가지가 번갈아 가며 버팀목이 돼 줬다”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스트레스를 줄여 나간다는 생각으로 정진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처음 2년 동안 모든 모임도 미뤘다. 민요 가사를 외우기 위해 싱크대, 화장실, 세탁실 등 집안 곳곳에 가사를 적어 붙여 놓았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외웠다. 무의식적으로 술술 나올 때까지 연습해야 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편 써놓고 선잠을 잘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룻밤에 네다섯 번은 일어나서 고치고 또 고쳤다.

장구 스승 황생금씨(69·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가르침 덕도 봤다. 김씨는 “스승은 ‘장구를 무시하면 장구는 당신을 백배 무시한다’며 섬뜩하게 몰아쳤다”고 회상했다.

김씨가 문학과 민요를 한 지 10여년이 됐다. 이제는 소소한 행사지만 장구 치며 공연한다. 그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투자해 이론과 실기로 무장돼야 한다.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러니 내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따라가겠나. 나는 그저 잘 놀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엔 첫 창작 에세이집 ‘푸른 외출’을 펴냈다. 일반 독자의 격려 편지가 이어졌다. 그는 “‘푸른 외출’은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맨 나중에 만날 나의 노후, 나의 외출이기도 하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막걸리 한 잔에 파전을 앞에 놓고 장구를 치며 한 판 놀고 싶다는 김씨. 한적한 길을 지나 외진 곳에 정자가 보이면 차에 싣고 다니는 장구를 꺼내 소리 한 자락 하고 싶다는 김씨. 그는 오늘도 ‘귀선아, 한판 놀아 볼까’라는 친구들의 ‘콜’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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