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녹색의 충돌' 환경파괴 논란 친환경에너지] (중) 태양광·풍력시설 찬반대립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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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6   |  발행일 2018-10-16 제6면   |  수정 2018-10-16
“농작물피해·마을경관 훼손” vs “일자리창출·세수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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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발전소 신규 건립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천·영양·청송 등 경북 곳곳에서 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건설사업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은 환경파괴, 소음, 농작물 훼손 등 건강권과 재산권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곳곳서 친환경에너지시설 갈등

영양군은 지난달 군청 대회의실에서 제2풍력단지 조성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 계획이었다. 영양읍 양구리, 석보면 홍계리 일대 풍력 발전기 8기를 건설하기 위한 절차로, 사업시행 전에 계획의 적절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단계다. 통상 업체가 신청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환경부가 검토한 뒤 산자부가 허가를 내주고 다시 지자체가 개발을 검토해 최종 허가를 내준다.

하지만 이날 협의회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 몸싸움이 나고 부상자까지 생기는 불상사가 생기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기됐다. 영양 제2풍력사업 반대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지금도 풍력단지 근처 양봉이 집단 폐사하고,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 건설되면 마을은 양쪽에 풍력 단지가 들어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천·청송 등 경북 곳곳 주민반발 거세
영양선 반대 주민-공무원 몸싸움 발생
일부 마을은 찬반의견 갈려 갈등 심각
지자체들도 시설 놓고 감정싸움 벌여

“주민반발 속 밀어붙이기식 공사 무리
정부가 에너지 정책 분명히 제시해야”



지난 4일 영천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영천 북안면 주민이 모여 태양광사업 허가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영천시가 북안면 도유리 일대 2만3천504㎡에 발전용량 2천494㎾의 태양광시설 사업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태양광설치반대대책추진위원회는 “태양광발전시설이 북안면 도유리 일대에 들어서면 생태마을 파괴, 마을경관 훼손, 지가 하락 등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자연생태 우수마을에 태양광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분개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정부가 관련 법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행위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반해 영천시는 관련 지침을 완화했다”면서 의혹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동서발전이 추진한 영천 보현산풍력과 기룡산 풍력은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청송에서는 면봉산 풍력단지 건립을 반대하는 월매리 주민이 군청에서 집회를 갖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면봉산은 생태자연1등급지다. 포항 죽장면(상옥리·가사리·석계리), 신광면(냉수리·마북리), 기북면(성법리) 풍력단지는 산림훼손, 소음피해, 숲·임야 훼손, 주민 건강권 위협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업 예정지역 인근 마을 주민이 소음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아 사업추진이 어려워 보인다. 안동 길안면 백진리 풍력단지 역시 황학산 산림훼손으로 불허 방침이 내려진 바 있다.

◆민-민 갈등 혹은 지자체 간 갈등

신재생에너지 시설 건립을 놓고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이 숙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 창출, 주민 수입 증대, 세수 확대라는 과실을 기대하는 지자체와 환경파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해당 지역 주민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시설 설치를 놓고 ‘민-민 갈등’ ‘지자체-지자체 갈등’까지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영양의 경우 시행업체인 GS E&R가 발전단지 인근 1~4㎞에 위치한 9개 마을 중 8곳과 사업진행 동의 협약을 맺었다. 또 인근 마을에서 사업에 동의하는 주민 수가 4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청송풍력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자는 지역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반대 측 주민은 “대부분 70~80대인 노인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장점만을 얘기해 어물쩍 동의를 얻어갔다”고 주장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살고 있는 마을의 찬반 분위기에 따라 선뜻 의견을 내지 못하는 주민도 많다. 실제로 어떤 마을은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양군은 풍력발전을 놓고 지자체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영양군의회는 지난 4월 군의원 7인이 공동발의한 ‘울진군 길곡 풍력발전시설에 대한 건의안’을 채택했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와 인접한 울진군 길곡에 풍력발전시설이 추진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이곳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면 항공장애표시등(燈)의 불빛과 발전소음으로 인해 영양군 밤하늘보호공원의 천체 관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공적인 빛과 소리에 민감한 반딧불이 서식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자격과 등급 유지까지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국내외 신뢰 하락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울진군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울진군의회 관계자는 “영양군은 아직 짓지도 않은 풍력발전소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주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영양지역 내 풍력발전소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북 ‘녹색과 녹색’의 충돌 최다

영천시에 따르면 2014년 8월부터 현재까지 영천에는 모두 1천37건의 태양광발전사업이 신청된 상태다. 올들어서만 512건에 달한다. 영양엔 3.2㎿급 풍력발전기 15기를 석보면 삼의리·택전리 일대에 건설하는 영양 제2풍력사업 신청이 접수됐다. 영양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추진 중인 풍력단지만 8곳이며, 풍력발전기는 190기에 달한다.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운영 중인 영덕 역시 추진 중인 사업이 착수되면 163기가 추가로 들어서게 된다.

경기연구원이 언론에 보도된 ‘녹색갈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설비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녹색과 녹색의 충돌 사례는 산지와 농지가 많은 지방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시·도별 사례로는 경북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전북과 강원이 각각 9곳, 경남 8곳, 충북 7곳, 충남 6곳으로 뒤를 이었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이 정도며 실제 전수조사할 경우 ‘녹색과 녹색의 갈등’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에너지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녹색과 녹색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소영 경기연구원 연구원은 “태양광·풍력 설비 관련 녹색과 녹색의 충돌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훼손은 백두대간 등 생태우수지역 산림 훼손, 생태계 파괴, 경관 훼손, 난개발, 소음피해, 토양 및 수질오염 등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연구원의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대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설비는 경관 파괴, 농경지 침수, 농작물 생육 악영향, 산지 절개, 정주여건 및 지역환경 훼손, 재해위험 증가, 임야 훼손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 풍력 설비는 어업 피해, 서식지 훼손, 농작물 피해, 백두대간과 도립공원 등 생태우수지역 훼손, 인근 주민 저주파 소음 피해, 문화유산 보존 및 야생동물구역 훼손, 생태계복원 지역 토사유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설비의 부실 시공과 폐모듈 방치로 인해 자연경관 훼손은 물론 토양·수질 오염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정수장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 부실 시공 등의 이유로 납·카드뮴이 유입돼 수질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철구 선임연구위원은 “폐모듈은 2018년 38t에서 2025년 4천604t, 2030년 1만9천77t, 2040년 7만2천168t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때문에 재활용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경우 중금속 오염이라는 환경재앙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의 한 전문가는 “영덕뿐만 아니라 강원도에 70개, 전남에 30개가량 풍력발전소 신규건립을 위한 허가가 났지만, 현재와 같은 지역민의 반대 여론 속에서는 이전처럼 밀어붙이기식 공사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탈원전이라는 분명한 정책 방향을 내놓고 있지만 민간기업에만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떠넘긴 채 손을 놓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래 에너지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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