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청소년의 반항 장애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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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6 07:54  |  수정 2018-10-16 07:54  |  발행일 2018-10-16 제19면
사춘기 과민함과 적대적 반항성
‘마음 우울하고 아파요’ 다른 표현
우울장애로 ‘성장통’ 간과 말아야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청소년의 반항 장애와 우울증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걱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9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의 주요 정신질환 진료인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9~18세 청소년은 1만9천922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2015년 1만5천636명 대비 약 27% 증가한 수치다. 해가 거듭될수록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사실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할 상황이다.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마음의 아픔도 나이에 따른 증상의 차이가 있다. 13세에서 15세 정도의 중학생들에 해당되는 연령층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라는 진단이 많았다고 하며, 고등학교 재학 연령인 16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은 우울증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고등학교 연령에 와서는 진료 숫자가 가파른 상승 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이라면 다 같은 증상을 나타낼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대적 반항 장애’란 주로 어린 청소년에게 나타나며 종종 지나치게 고집을 부리고 성인의 요구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반항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 내리는 진단이다. 이 장애는 분노하며 짜증내는 기분, 논쟁적이고 반항하는 행동, 복수심 등의 세 군집으로 분류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다음의 증상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떼를 쓰고 쉽게 짜증을 내며 과민하거나, 화를 내고 억울해 하거나, 권위적인 대상과 논쟁을 하거나, 순종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거나,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거나 자신의 잘못도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복수심이 강한 부정적·적대적·반항적 행동 양상들이 그 증상들이다.

그런데 중학생 연령이 주로 나타내는 이 적대적 반항장애와 고등학생 연령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이 서로 다른 병일까. 청소년 정신의학에서는 같은 병으로 보기도 한다. 나이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 정도 나이의 청소년은 마음의 우울을 앓으면 이렇게 적대적이며 반항적인 모습으로 그 아픔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우울한 기분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른 증상으로 나타내는 현상을 가면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 한다.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반항성이나 적대적인 행동들 중 많은 부분은 ‘나 마음이 우울하고 아파요’라는 표현의 가면우울증일 수 있음을 귀 기울이고 공감해야 한다. 이 가면우울증은 여러 연령에서 볼 수 있다. 노인에게는 집중력과 기억력의 장애로 나타나 마치 치매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지만, 중년에게 나타나는 빈둥지증후군, 건강 염려증 같은 현상도 가면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청소년의 우울증을 진단할 때는 ‘과민한 기분’을 성인들이 나타내는 ‘우울한 기분’을 대신하는 주요 증상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정신장애를 진단하는 기준인 DSM에 ‘지속되는 과민성’을 가지며 ‘빈번한 감정의 폭발’을 주로 나타내는 청소년의 기분 상태를 ‘파괴적 기분조절장애’라는 정식 진단명으로 우울장애 안에 새롭게 명명했다. 이는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적대적 반항성을 우울장애의 한 형태로 공식화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청소년의 과민함이나 적대적 반항성을 사춘기 때 겪는 성장통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안 될 일이다. ‘나는 마음이 우울하고 아파요’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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