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당초등생 14명 ‘사랑의 연탄’ 600장 배달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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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  발행일 2018-10-17 제11면   |  수정 2018-10-17
연탄나눔운동본부와 함께
서대구시장 인근서 봉사
내당초등생 14명 ‘사랑의 연탄’ 600장 배달
대구 내당초등의 ‘내당나눔봉사동아리’ 회원들이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안도현 시 ‘연탄 한 장’ 중에서)

단풍의 자태를 만끽하기도 전에 가을을 떠나보내려는 듯 차가운 바람이 몰아닥친 지난 13일 오전 10시 무렵 조용하던 서대구시장 인근 주택 골목길이 재잘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예진아, 잘 받아라. 연탄님이 나가신다. 찬희는 현우에게 잘 주고….”

검은색 옷, 장갑, 앞치마에 토시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완전무장을 한 초등학생들이 골목길에서 연탄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한 장이라도 깨뜨릴까봐 노심초사 마음을 온전히 연탄에 모으고 있었다.

이날 대구 내당초등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내당나눔봉사동아리’ 회원들이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대구경북본부’와 함께 사랑의 연탄을 배달했다.

이날 배달 봉사에 나선 동아리 회원은 이 학교 4~6학년 14명. 연탄 한 장에 3.6㎏ 달하는 무게도 무게지만, 2가구에 모두 600장을 나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2시간에 걸쳐 서로 응원을 하고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 격려도 하며, 긴 골목길에 한 줄로 서서 옆으로 옆으로 연탄을 전달했다.

연탄을 받은 어르신은 “초등학생들이 배달을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철없는 어린애라고만 생각했는데, 즐겁게 봉사하는 모습이 참 밝고 예쁘다”며 찹쌀떡과 음료수를 준비해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친구들 얼굴에 묻은 검댕을 보고 웃음을 짓던 신현정양(내당초등 4)은 “혼자 하면 힘들어서 못할 텐데, 골목 입구에서 재래식 화장실까지 줄지어 함께 전달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즐거워했다.

동아리 활동을 담당하는 강상우 상담복지사(37)는 “학생들이 여름방학 때는 쿠키를 구워 어르신께 나눠 드렸고, 작년부터 연탄배달 봉사를 시작했다”며 “낡은 주택에 기거하는 어르신에게 고사리손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은 긍정적인 자아성장과 바른 인성을 키워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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