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천착…예술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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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  발행일 2018-10-17 제24면   |  수정 2018-10-17
갤러리 신라 서용선 개인전
원색 줄어들고 무채색 등장
두가지 작업 동시에 선보여
“인간에 천착…예술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서용선 작(위·아래)
“인간에 천착…예술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인간’은 서용선 작가에게 변하지 않는 화두다. 도시, 역사, 신화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탐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서도 베를린 성당과 함께 통나무로 조각한 인물 두상을 선보였다. 그림에 몰두하고 싶어 서울대 교수직까지 ‘때려치운’ 작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의 도시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도시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해 왔다.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 중구에 위치한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기억공작소에 이어 대구에서 두번째 개인전이다.

‘이질적인’ 두가지 작업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던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한 도시 그림과 자신의 작업실에서 연출한 사진 작품이다.

사진 작업이 흥미롭다. 일종의 개념미술이다. 작가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을 ‘다양하게’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직립 인간의 사회성을 묻고 있다. 관계의 확장성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저와의 관계뿐 아니라 서로서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연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작가는 “의도를 갖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사진을 찍음으로써 의도가 생겼다”고 했다.

작가의 사진 작업은 사실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광지역인 태백에서 사람들에게 부탁해 길에서 직립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작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광부들의 체취를 단계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역시 인간에 대한 탐구 작업이다. 작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베를린에서도 그림과 함께 사진 작업을 했다. 작가의 회화는 변함없이 거칠다. 거친 터치로 민중들의 애환을 화면에 표현해 ‘민중미술가’로도 불린다. 작가는 “민중미술과 일부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작가의 그림에서 조금 달라진 것은 색이다. 강렬한 원색 대신 무채색이 등장했다. 캔버스의 일부분을 칠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기도 했다. 작가는 “과거 우리나라가 붉은색 같은 강렬한 색을 쓰는 것에 억압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원색을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바뀌었다. 모든 작가들이 강렬한 원색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강렬한 원색이 더 이상 저항의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작가는 ‘인간 탐구’에 대해 “예술의 본질은 인간이다. 작가로서 죽음이 예정된 인간의 비극성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다”고 했다. 11월9일까지. (053)422-162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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