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기 좋은 대구 만들기 .5] 프랑스의 앙테르미탕과 메종 데 작티스트

  • 최미애
  • |
  • 입력 2018-10-17   |  발행일 2018-10-17 제25면   |  수정 2018-10-17
“예술인도 노동자”…맞춤형 실업급여로 지속적 창작활동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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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배우이자 성우로 활동 중인 베누아 히비옹씨가 앙테르미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히비옹씨는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앙테르미탕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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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메종 데 작티스트는 시각 예술 분야 예술인을 대상으로 행정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티네아 갸흐니에 디렉터가 메종 데 작티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클로드 모네를 비롯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들이 활동했던 무대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놓은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예술인이 지속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프랑스의 예술 정책을 살펴봤다.

공연·영화인 실업보험 ‘앙테르미탕’
年 507시간 근로땐 지급…26만명 혜택


배우 요안 구종씨는 13년 정도 연극·영화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연극·영화와 관련 없는 일을 한 적도 있지만, 21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공연인으로 활동했다. 프로 공연인으로 활동하면서 구종씨는 앙테르미탕이 됐다. 앙테르미탕(Intermittent)은 프랑스의 공연인 실업보험제도이자 실업보험금을 받는 공연 예술가를 뜻한다. 1936년 영화 산업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공연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기술자들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공연 예술가로 1년에 507시간 일하면 그다음 해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507시간에는 창작활동을 준비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프랑스 고용청(Pole emploi)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앙테르미탕에 속한 예술인의 수는 26만2천명이며, 앙테르미탕과 관련해 관리되는 돈은 23억유로(약 3조원)다.

구종씨의 경우 일을 하지 않을 때 하루 40유로 정도(약 5만2천원)를 받는다. 배우이자 성우로 활동 중인 베누아 히비옹씨는 활동을 시작한 1992년 이후 앙테르미탕을 받는다. 히비옹씨는 “앙테르미탕이 되면서 일을 하지 않아 수입이 없을 때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새로운 형태의 연극이 생겼을 때 배우고 싶다고 하면 지원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앙테르미탕을 받기 위해선 프랑스 정부 산하 직업소개기관인 뽈암플로아(Pole Emploi)에 등록하면 된다. 프랑스의 노동조합인 CGT 산하의 공연예술인 노동조합 CGT 스펙터클(spectacle)의 드니 그라부이 디렉터는 “예술인은 한 고용주 밑에서 정해진 기간 없이 계속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업보험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인단체 ‘메종 데 작티스트’
예술인 법률·회계·행정 등 밀접 서비스


미술과 관련된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도 있다. ‘메종 데 작티스트(Maison de artistes·예술가의 집)’다. 1952년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됐고, 1960~70년대 정부에 의해 공인된 단체가 됐다. 아티스트를 직접 돕는 곳과 행정적인 업무만 맡아서 하는 곳 등 2개 기구로 나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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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인이 메종 데 작티스트의 등록 대상이다. 텍스타일(textile·직물) 디자인 등 특수한 분야에서 활동하더라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게 되면 메종 데 작티스트를 통해 전문 예술인으로 등록하게 된다. 매년 4월마다 자신의 작품을 거래한 영수증을 모아 신고하고, 이를 근거로 예술인으로 등록하면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되고, 의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계약서에 대해 의문이 생길 경우 등 행정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변호사, 회계사, 사회복지전문가가 인근 사무실에 상주해 있어 도움을 준다. 메종 데 작티스트에 등록되어 있으면서 1년에 28유로(약 3만6천원)를 추가로 내면 일명 ‘따라감 서비스’를 제공하며 좀 더 밀접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면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고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메종 데 작티스트 측에서 동행하는 것이다.

메종 데 작티스트의 티네아 갸흐니에 디렉터는 “예술인들은 작업에 열중하다보면 다른 것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종 데 작티스트는 예술인들이 세금청(국세청)에 신고하는 등의 과정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파리에서 최미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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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한 예술가단체 사무실에 붙여진 노동절 포스터. ‘함께 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티스트도 노동자로 인정해 함께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계속되는 ‘앙테르미탕’ 논쟁…경영자 “제도 폐지” vs 노동자 “지급 확대”

프랑스의 예술인 정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연대, 프랑스어로는 솔리다리테(solidarite) 덕분이다. 예술인을 직업으로 인정해주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인 대상 정책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앙테르미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적자가 생긴다는 이유로 프랑스의 경영자 단체인 MEDEF(프랑스 산업 연맹)은 1992년부터 이 제도를 없애고 싶어한다. 앙테르미탕에 대한 세금 11.45% 중 9.05%를 고용주가, 2.40%를 예술인이 부담하고 있다. 공연 예술 분야의 노동조합인 CGT 스펙터클은 지속적으로 맞서고 있다. 드니 그라부이 CGT 스펙터클 디렉터는 “노동조합에서는 1992·1997·2003·2014·2016년 등 몇 차례에 걸쳐 경영자들의 반대 의견에 맞서 투쟁해 왔고 일단 정부에서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가들은 앙테르미탕이 창작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보지만 아쉬워하기도 한다. 베누아 히비옹씨는 “처음 일을 시작한 사람에게 더 필요한 제도라고 보는데, 그들에게는 507시간을 채우는 게 쉽지 않다”며 “기준보다 1시간 모자란 506시간을 채울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가 없다. 203시간을 일했다고 하더라도 507시간으로 받는 실업급여의 절반 정도라도 지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안 구종씨는 “앙테르미탕은 좋은 제도다. 다만 근로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계약서 작성에 필요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창작활동을 하는 시간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파리에서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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