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看板(간판)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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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  발행일 2018-10-17 제30면   |  수정 2018-10-18
기아차 서비스 ‘오토큐’
브랜드 보고 믿고 찾지만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일 뿐”
市의장 석사논문 표절에도
수장 아닌 “일반 시민일 뿐”
20181017
임성수 정치부장

얼마 전 기아자동차 서비스체인인 ‘오토큐’에서 언짢은 일을 겪었다. 운전석 안쪽 손잡이 작은 고리가 부러져 수리를 맡겼다가 속된 말로 ‘바가지’를 썼다.

문을 제대로 열 수가 없어 급한 나머지 가까운 서비스센터, 기아자동차 간판이 크게 내걸려 직영 수리업체라고 믿고 찾았다. 10분도 안 돼 끝난 손잡이 고리 교체 수리비는 6만원.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평소 다니던 카센터에 들를 일이 있어 손잡이 고리 수리비를 물었더니 부품비가 5천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음날 오토큐 신천점을 찾아 견적서를 보자고 했다. 견적서에는 부품비 5천830원, 기술료 4만8천715원, 부가세 5천455원 도합 6만원이었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부품 교체에 기술료가 부품비의 8배가 넘었다. 기술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따지니 돌아온 답변은 “차량 상태에 따라 힘든 작업은 기술료가 많이 든다”였다.

인근 오토큐 다른 지점에 전화를 걸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비를 물었더니 3만원 정도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아자동차 본사에 항의하자, 오토큐는 기아자동차와 관련이 없고 계약을 맺는 협력업체로 일반 카센터와 다름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상호를 되물었다. 오토큐 신천점에는 기아자동차란 간판이 크게 내걸려 있는데도.

포털 검색창에 ‘기아자동차 서비스’를 치면 오토큐 각 지점의 지도와 전화번호만 가득 뜬다. 누가 봐도 기아자동차의 공식 서비스체인 이름이 ‘오토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운전자들은 오토큐 정비업체에 크게 내걸린 ‘기아자동차’라는 간판을 보고 신뢰하며 오늘도 찾고 있지만, 정작 기아자동차에서는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고객들은 대기업 브랜드에다 차후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고려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기아자동차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의 석사논문 표절도 같은 맥락이다. 배 의장은 경북대 연구윤리위원회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하자, 지난 8일 ‘경북대 석사 논문 표절에 대한 사과문’을 낸 뒤 16일에는 시의회 본회의에서도 같은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문 어디에도 ‘잘못’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논문 작성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물의를 일으켰다’라는 내용을 전제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 ‘용서를 구한다’라는 말밖에 없었다.

논문 표절은 명백한 연구부정행위임에도 마치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밝혀지게 돼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식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더욱이 배 의장은 영남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이 마녀사냥식으로 끝날 게 아니라 지방선거에 나온 모든 출마자와 정치권 인사들의 논문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까지 했다.

배 의장 논문표절 논란과 관련, 일각에서는 “장관도 논문을 표절하는데 뭘 그러느냐” “박사논문은 몰라도 석사논문은 다 베끼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다. 석사논문을 베껴서 학위를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장관 인사청문회 단골메뉴가 ‘위장전입’과 함께 ‘논문표절’이니까. 하지만 배지숙씨는 3선의 대구시의원이자 대구 입법기관의 간판인 시의회 의장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는데 나만 같고 왜 그러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일반인들의 얘기다. 배 의장은 대구를 대표해서 국제행사에도 참석하고 해외 저명인사들의 접견도 받는다. 그럴 때는 당당한 입법기관의 수장 간판을 내밀고, 논문표절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과 같은 간판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6만6천212명의 달서구 제6선거구 유권자 중에는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학위 소지자라는 점 때문에 배지숙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 경우도 적지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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