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수산물도매시장 추가건립해 지역경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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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00:00  |  수정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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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과거 농림부 시장과장을 하던 시절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건립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는 2개의 도매시장을 건립하였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광주 등 대부분 광역시에 2개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건립하였다. 당시 대구는 인구가 200만명이 넘었는 데도 매천 도매시장 1개만 있었다. 대구시는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도매시장 분야 투자에 소홀하였다. 당연히 시장이 복잡하고 주변 교통 체증도 심해졌다. 불공정 거래로 민원이 야기되고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대구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어렵게 관계부처를 설득하고 사업비를 확보하였다. 국비 총규모 344억원 중 68억원을 도매시장 건설예산으로 지원하였다. 어찌된 일인지 대구시는 몇년후 도매시장 건립을 취소하고 관련 국고예산을 반납하였다. 민원 발생, 재정 취약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다.
 

도시발전에 기본적인 것이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도로, 교통, 건물, 안전, 환경, 문화예술, 관광도 도시에서 중요하다. 먹을거리를 만들고 공급하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도시의 도매시장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능이 다양해지고 시민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변모해간다.
 

세계적인 대도시에는 명품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있다. 미국 뉴욕의 헌츠포인트 시장, 프랑스 파리의 헝지스 시장, 일본 도쿄의 오타 농산물 도매시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서울에도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있다. 해마다 시설을 개선하고 현대화하여 지금은 많은 외국관광객이 찾는 명품 방문 코스가 되었다. 도시 기능 활성화와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며칠 전 북구 매천동 도매시장을 찾았다.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 안타까웠다. 물류의 흐름이나 환경, 시장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1988년 개장한 이래 제대로 개선이 되지 못하여 외부 관광객은커녕 대구시민에게도 보여주기 민망하다. 출하자, 종사자, 물류흐름, 환경, 경제성 등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을 다른 지역에 이전하지 않고 현 위치에서 다소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의 매천시장은 리모델링하여 개선하되, 새로운 시장을 추가로 건립하여야 한다. 매천시장은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종사자가 있다. 하루에 1만1천대의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거래규모를 감안하면 3개 정도 법인이 적정하나 5개가 난립해 있다. 수산분야도 3개 시장 도매법인이 있다. 과당 경쟁으로 시장의 비효율과 낭비가 많다. 확장하고자 하는 면적도 겨우 1만7천300㎡(약 5천240평) 정도다. 현재의 매천 시장 문제는 현위치 중심의 리모델링으로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동구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추가로 건립해야 한다. 대구시 교통 흐름, 인구분포, 물류이동 상황, 경산.영천 등 주변 도시의 농산물 공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동구가 최적지로 여겨진다.
 

도매시장 이전은 간단하지 않다. 크고 작은 반대가 많다. 지역 주민, 소비자들의 반대도 있다. 법인, 중도매인, 출하자, 경매사, 관련 상가 종사자 등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일부의 반대에 좌절하거나 정치적 표 계산으로 후퇴해서도 안된다. 반대자를 설득하고 이를 뛰어넘는 결단력굛통찰력을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250만 시민의 먹을거리를 공급해주는 농산물 도매시장은 대구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생산 농민들에게 판매처를 확보해주고, 유통상인 등 많은 종사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침체에 빠진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난해 매천시장의 총 거래액은 9천750억원이다. 적지 않는 거래액이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의 농업인수는 5만명이나 유통, 가공, 저장, 식품, 농협 등 관련분야 종사자를 포함하면 40만명 정도다. 250만명인 대구시민의 16% 정도가 농식품분야에 종사한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역할, 기능, 미래 가치가 너무나 저평가되어 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건립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김 재 수(경북대 초빙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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