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갖다대면 끝” 지난해 QR코드 결제액 39조원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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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07:42  |  수정 2018-10-18 11:38  |  발행일 2018-10-18 제21면
모바일 결제시장 핫이슈
20181018

지하철 광고판이나 책, 제품, 명함 등의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정사각형 격자무늬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 정사각형을 촬영하면 화면에 광고 동영상이나 기업 제품 설명이 뜬다. 이 정사각형이 바로 바코드를 여러 겹 겹쳐놓은 QR(Quick Response)코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았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버스노선 확인, 관광지 안내 등에 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경우는 적었다. QR코드 홍보가 부족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만 하면 나오는 정보들을 번거롭게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이런 ‘QR코드’가 최근엔 모바일 결제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페이 월 거래액 2조원대
서울시 ‘제로 페이’출시 예정
정부·지자체도 속속 뛰어들어

중국·인도에선 보편화된 방식
바코드보다 데이터 용량 크고
작은 공간에 부착 가능한 장점

이용자 대상 신종사기도 등장
악성코드·유해사이트 유포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

QR코드를 이용한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카오페이 등 기존 업체에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BC카드는 카드사 최초로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내놨고 신한·롯데카드 등도 공동 QR결제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1일 국제결제표준규격에 맞춘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BC카드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페이북)에서 ‘QR결제’ 메뉴를 선택한 뒤 가맹점의 QR 인식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GS25편의점과 두타몰, 노량진 수산시장 등 1만4천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BC카드 측은 향후 300만개의 전국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몇몇 카드사들은 공동으로 ‘QR결제 통합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A카드사가 가맹점에 설치한 QR코드를 B카드사 이용 고객도 쓸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한발 앞서 QR결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페이의 점유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출시 3개월 만에 소상공인 가맹점 10만개를 돌파했다. QR코드가 인쇄된 결제 키트를 무료 배포하며 공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1조8천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거래액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QR코드를 이용한 ‘제로(서울) 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한국은행과 28개 금융·유관기관이 모인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도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직불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포스트페이(Post Pay) 간편결제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포스트페이 앱으로 가게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을 입력하면 대금이 자동으로 이체된다.

◆잠재력 여전히 무한…하지만 문제점도 존재

QR결제는 중국, 인도 등에서 보편화된 모바일 결제 방식이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만 있으면 판매 상점의 QR코드를 인식해 모바일로 값을 치를 수 있다. 사용처도 택시부터 노점상, 자판기까지 무궁무진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작은 도시까지 QR 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가 흔한 결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결제 사용자 수는 5억2천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에선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 QR코드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면서 QR코드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주>한국중흠(JHKOREA)은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짝퉁(모조품)’ 근절을 위해 추진 중인 QR코드 정품추적인증사업의 납품사로 선정됐다. 한국중흠의 QR코드가 붙은 상품은 중국 정부가 보증하는 정품으로 인정돼 중국 공안이나 세관 등의 단속에서 특혜를 제공받고 중국 조달청 우선 구매 상품으로 인정된다.

중국에 비해 더디지만 한국에서도 QR코드가 일상 깊숙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11조7천8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9천9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엔 20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권에선 향후 QR결제 시장이 ‘계좌이체’와 ‘신용결제’로 양분될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의 경우 은행 계좌에 미리 충전한 금액 안에서만 결제할 수 있는 ‘알리페이’ 등이 압도적이지만,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국에선 다를 수 있다. 동등한 QR결제 환경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담보하는 결제 방식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QR코드는 1994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가 도요타 자동차 전용 부품을 구별하기 위해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바코드 방식의 1차원적 가로선만으로는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정 면적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2차원 코드를 개발한 것이다. 기존의 바코드는 20자 내외의 숫자 정보만 저장할 수 있었지만, QR코드는 숫자 최대 7천89자, 문자 최대 4천296자를 저장할 수 있다.

QR코드의 모습은 계속 변화 중이다. QR코드를 만든 덴소 웨이브는 특허권 행사를 포기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쉽게 사용할 때 QR코드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개발자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4년엔 위치 찾기 패턴만 적용된 초소형 ‘마이크로 QR코드’가 개발됐다. 데이터를 적게 저장하는 대신 아주 작은 공간에도 부착할 수 있다.

QR코드가 널리 쓰이면서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QR코드는 바코드에 비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QR코드에 악성코드나 유해 웹사이트 주소를 담아 유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최근 스마트폰으로 은행 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을 노려 QR코드를 이용한 신종사기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스마트폰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가짜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거기서 QR코드를 이용한 추가 인증을 요구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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