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중·고등부 최우수상 (대구시교육감상) 배진화<대구 경상여중 3년> ‘샹들리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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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25면   |  수정 2018-10-18
“샹들리에처럼 주변과 함께 빛나는 사람 되고 싶어”

나는 수많은 조명 기구들 중에 샹들리에가 가장 좋다. 혼자 빛을 냈다면, 조금 허전하고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는 작은 빛들이 샹들리에에 모여 함께 빛을 내기 때문이다. 어떤 조명은 빛이 조금 약할 수도 있다. 그래도 주변의 밝은 조명들이 약한 조명을 보완해 준다. 그래서 샹들리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불빛을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예쁘기도 하지만, 함께 빛나는 샹들리에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 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명으로 이루어진 샹들리에를 보고 있으면 나는 영원히 샹들리에의 빛들이 도도하게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전류가 끊어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리기도 하고, 빛들 일부가 꺼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샹들리에가 잘 빛날 수 있도록 관리해줘야만 한다.

그렇다. 우리들은 ‘샹들리에’ 같은 존재다.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내면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처투성이일 수 있다. 김려령 작가님의 ‘샹들리에’의 주인공들은 무지개 같은 일곱 색깔의 빛을 띠고 있다. 책 속의 샹들리에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픔을 견뎌내고 해치우며 빛나고 있다. 책 속의 일곱 가지 이야기들은 우리들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따뜻한 우리, 슬퍼하는 우리, 용감한 우리, 후회하는 우리. 이렇게 다양한 우리들이 어울렸기에 샹들리에는 더욱 화려하다.

나는 단편들 중 ‘이어폰’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안 겪는 가장 슬픈 일들 중의 하나를 담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몇 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라 일곱 가지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공감되었고 뭉클했다. 주인공 중일이는 정말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허리가 불편하시던 어머니가 의자에 올라서서 그릇을 꺼내려다가, 그만 의자에서 떨어져 버리고 머리에 그릇을 맞아 돌아가신다.

중일이는 정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특히 부모님의 죽음에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평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엄청 크게 틀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던 중일이가 죽어가는 엄마 바로 옆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중일이는 엄마가 떨어지는, 제법 컸을 소리도 듣지 못했다. 분명 중일이의 엄마는 중일이에게 목소리가 닿길 바라며 계속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중일이는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어폰은, 그 뒤로 이어지는 세상에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다. 가족들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후회로 얼룩진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중일이와 가족들은 고통을 이겨낸다. 다시 자신들의 샹들리에에 불을 밝히기 위해서. 가족들이 힘을 모아 서로의 빛을 지켜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무섭고, 후회스럽고, 그립다. 나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많은 후회를 했다. 조금 더 많이 찾아뵐 걸, 연락도 많이 할 걸. 우리 가족들도 중일이의 가족처럼 서로를 살펴주며 함께 슬픔을 이겨냈다. 이렇게 우리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상상도 하지 못한 슬픈 일에서부터 기쁜 일까지. 어떨 때는 우리의 빛이 흐려지거나 꺼져 버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서로 지켜주면서 이겨내 가자.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를 함께 업고, 샹들리에처럼 화려하게 빛을 뽐내며 세상을 사로잡는 사람이 되자.

나는 우리들이 분명 그런 날을 맞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제 샹들리에는 지금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샹들리에는 지금 어떤가요?

“책은 보석 같아…감상문 쓰면서 감동·깨달음 녹이려 노력”
■ 수상 소감

안녕하십니까, 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배진화입니다.

저에게 이렇게 값진 경험을 선물해주신 영남일보, 저희 경상여자중학교 국어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런 큰 상을 수상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아직 글쓰기에 능숙하지 않아 다소 부족함이 있는 제 글이 조금 부끄럽습니다.

저는 선생님으로부터 이 대회를 알게 되었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시나 소설을 보고 스스로 해석해보거나 감상을 적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느낀 감정들을 글로 담아내 표현하는 것을 더욱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작품이 그렇듯, 제가 고른 작가님의 책에도 여러 등장인물이 살아 숨쉬듯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제가 소설 속 그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책 한권을 읽는 동안 느낀 감동과 깨달음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면서 점점 스며듭니다. 저는 그것들을 최대한 제 감상문에 잘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워질까, 작가님은 이 부분에 어떤 요소를 숨겨놓았을까 고민했던 일은 저를 한층 더 발전시켜준 소중한 기억이고 경험입니다.

책이란 이런 면에서 정말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비싼 보석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름 방학동안 이 대회를 통해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보석같은 작품들이 모여 언젠가 저의 ‘샹들리에’를 화려하게 꾸며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석들 중 하나를 찾게 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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