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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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25면   |  수정 2018-10-18
개성 넘치고 잠재력 있는 글 많아
오탈자 많고 서술어 남용은 아쉬워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책읽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와 소통의 중요성은 커지고, 이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속에는 인생의 등불이 되어주는 지혜와 진리가 숨어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5년째 독서인구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는 영남일보 책읽기상 공모전의 역할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의 해’인 올해도 초등부 300여 편, 중·고등부 450여 편, 대학·일반부 320여 편이 응모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지난해보다 응모작 수가 늘지는 않았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작품이 많아 입상작 선정에 고심을 거듭했다. 비록 이번 수상자 명단에는 빠졌어도 개성 넘치고 잠재력이 엿보이는 글들도 많았다. 지금 당장의 글 솜씨가 다소 모자란다 해도 결코 포기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많이 읽고(多讀), 많이 듣고(多聞),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고(多商量), 자주 다니고(多行), 많이 기록(多錄)하다보면 시나브로 실력이 느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번 책읽기상 응모를 계기로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평생 습관으로 가져간다면 그보다 값진 상이 어디 있겠는가.

▶초등부 심사에서는 응모자의 학년을 먼저 본 뒤 작품을 본다. 해당 학년의 수준에 걸맞는 글인지 아니면 부모님이나 형·누나 등 가족이 도와준 글인지 가려내기 위해서다. 초등 2~4학년이 고등학생 이상의 응모자나 쓸 수 있는 어휘·문장을 구사하는 건 대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원고지에 빼뚤빼뚤하지만 또박또박 연필로 눌러 쓴 저학년 작품은 그래서 신뢰가 간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초등생 응모자는 가능하면 컴퓨터로 치지 말고 연필이나 볼펜으로 원고지에 써 응모하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이번 초등부 응모작의 수준이 높았다. 학교마다 글쓰기 훈련을 많이 하고, 다양한 책읽기 독후감 대회에 자주 응모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번 초등생 응모작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응모작들이 몇몇 인기 도서에 몰려 있는 점,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이 많은 점, 주어 동사의 연결이 안되는 비문이 많은 점, 써 놓고 찬찬히 두세 번만 읽어 봤어도 고칠 수 있는 사소한 오·탈자가 많은 점, 과장된 감정을 억지로 기술한 문장이 많은 점 등이 아쉬운 대목이다. 원고지 쓰기와 띄워쓰기가 잘 안된 작품도 많았지만 감점하지는 않았다. 좋은 독후감은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과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연결시켜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글의 수준도 응모자의 나이나 학년에 맞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작품 중 뛰어난 작품 8개를 가려내 순위를 매기기란 쉽지 않았다. 여러 번 읽고 비교하기를 거듭해야 했다.

▶중·고등부는 예년보다 특정지역·학교 쏠림이 많이 완화됐고, 작품 수준도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향상된 느낌을 받았다. 글 전개도 단순 내용 요약이나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 책 내용을 충분히 소화한 후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다만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아 이해가 쉽지 않고, 문단 나누기가 안 돼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다소 많았다. 오·탈자가 자주 보이고 접속어와 특정 서술어를 너무 남용하는 것도 옥에 티다. 화려한 문장에 욕심을 내기보다 글쓰기 기본부터 잘 지키는 게 우선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일단 원고가 완성되면 소리 내어 꼼꼼히 읽으면서 글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심 끝에 중·고등부 최우수작으로 배진화양(대구 경상여중 3년)의 ‘당신의 빛나는 샹들리에’와 김보민양(경산 삼성현중 1년)의 ‘평범한 미소’를 선택했다. ‘당신의 빛나는 샹들리에’는 누구나 살아가며 부닥치는 슬픔과 좌절, 기쁨과 용기를 샹들리에 비유해 잘 풀어냈다. 글 전개가 자연스럽고 표현력도 좋았다. ‘평범한 미소’는 책 속 주인공처럼 외모에 약점이 있지만 상처받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글쓴이의 의지가 좋았다.

▶대학·일반부에서는 추천도서 전반에 걸쳐 전국 각지의 독서가들이 참여했다. 독서감상문은 확실한 정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의 글을 놓고 감상과 논평을 하는 만큼 저자의 글과 자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 비율로 버물릴지도 늘 모호하고 어렵다. 그렇듯 이번 공모에서도 참가자마다 다양한 전개 방식을 선보였다. 개중에서도 평소 자신이 갖는 일상의 철학과 사물을 보는 관점을 때마침 읽은 책과 잘 버무린 감상문이 눈에 띄었고 좀 더 많은 점수가 보태졌다. 최우수작으로 뽑힌 이지후씨의 ‘당신의 유통기한’(구병모의 ‘파과’를 읽고)이 그런 유형이었다. 젊은층 대학생 응모자들도 많았는데, 순수한 독서 감성을 대개 잘 드러냈지만, 문장 전개의 비논리성이나 느낌 전달의 지나침이 주로 약점으로 꼽혔다. 주부층에서는 글의 수준을 떠나 개인적 경험과 감성을 책과 함께 투영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 심사위원

영남일보 원도혁·배재석·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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