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유성 없는 청도 코아페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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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30면   |  수정 2018-10-18
[취재수첩] 전유성 없는 청도 코아페
박성우기자<경북부/청도>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청도에서 반시축제와 함께 열린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이하 코아페)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갑자기 청도를 떠난 개그맨 전유성씨가 없는 가운데 열린 축제였기 때문이다. 전씨가 없는 청도 코미디축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언론 보도대로 전씨는 축제가 열리기 20여일 전 청도를 떠났다. 코아페와 관련한 청도군과의 갈등으로 10여년간 청도에 머무르면서 그가 씨를 뿌리고 키워낸 ‘청도코미디’를 마치 헌신짝처럼 버리듯 황망히 떠나버린 것이다. 그가 떠난 것에 ‘청도군이 30만 관광객을 발로 걷어찬 것처럼’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까이서 이를 취재하고 때론 중재 역할을 하기도 했던 기자는 그의 떠남에 대해 복잡한 심정이다. 그가 당한 심한 모욕감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발단이 된 몇마디 모욕적 언설 때문에 그가 청도에서 일궈놓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릴 정도였는가는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청도라는 시골 속에서 그가 보여준 자유분방한 일상의 모습은 고루한 시골 사람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사태 역시 결과적으로 시골 사람과의 해묵은 감정이 부딪쳐 폭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고 청도군이 잘했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할 말이 많지만 이 글에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아무튼 이번 코아페는 ‘전유성의 부재’로 인해 큰 주목을 받았다. 청도군은 그가 없이도 코아페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젖먹던 힘까지 보태 축제를 준비했다. 청도군은 축제가 끝난 뒤 낸 보도자료에서 ‘코아페에 역대급 관광객(37만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관광객 30만명을 발로 걷어찼다는 말의 근거가 된 지난해(32만명)보다 5만명이 더 축제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축제를 지켜본 기자도 이번 축제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축제는 관광객 수보다 차별성·대중성과 지속가능한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가 등이 평가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축제를 지켜본 한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전유성씨가 빠진 이번 코아페는 외적인 관객 동원엔 성공했지만 질적 콘텐츠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관객 동원 등 대중성엔 성공했지만 축제의 질적 차별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역 주민(지역 예능단체)이 참여해 만든 전야제(군청별빛소나타)가 빠진 점, 일부 공연이 명성에 걸맞지 않은 빈약한 내용인 점, 대학로 코미디연극 중 베스트공연 1~2개 정도는 초청해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덧붙였다.

내년엔 코아페 예산마저 정부 예산 지원 일몰제로 인해 절반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다. 코아페가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며 청도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대표 코미디축제로 성공하고 생존하느냐는 이제 남은 자인 청도군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박성우기자<경북부/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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