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국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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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30면   |  수정 2018-10-18
국감기간 가장 흥미로운 건
의원들끼리 치열한 경쟁심
의정 노력·능력 과시 위해
여름부터 ‘한방’준비 분주
단순한 의혹 지나친 뻥튀기
주목 받으려다 역풍 맞기도
[차명진의 정치풍경] 국감스타

국정감사제도는 영국 의회가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명예혁명 직후 권좌에서 퇴출당한 제임스 2세와 추종세력은 곳곳에서 반란과 내전을 일으켰습니다. 의회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해서 반혁명세력 색출작업을 벌였습니다. 미국은 독립전쟁 중에 벌어진 각종 비리와 불법을 조사하기 위해 연방의회에 감사원을 도입하고 연중 청문회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0월29일까지 약 한 달간 753개 부처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각 정당의 정체성이 분명해집니다. 야당 중에서도 정부의 허점을 가장 예리하게 공격하는 당이 대표 야당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여당 역시 정부에 대한 감시기능 대신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을 우선합니다.

국정감사 기간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의원 개개인 사이의 경쟁입니다. 사실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의원들은 특별한 당직에 있거나 돌출된 정치적 언행을 하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국정감사 기간은 언론에 주목받지 못하던 의원들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야 지역주민들로부터 “우리 의원이 일도 열심히 하고 능력도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의원들은 여름부터 소재를 발굴하고 자료 분석을 위해 휴가도 잊고 날밤을 지새웁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내 이슈가 진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기사감”이라고 외치며 기자들을 분주하게 접촉하는데 마치 동대문 의류상가의 점주들이 통로를 지나는 손님을 부르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단순한 의혹을 지나치게 부풀린다든지, 동물권을 보호한다면서 감사현장에 철창 속의 동물을 들여와서 동물권을 침해한다든지 해 역풍을 맞기도 합니다. 탤런트나 재벌 총수를 불러 호통을 쳐서 과잉행동이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이렇게 해서 국정감사가 끝날 때쯤이면 그해의 국감스타가 탄생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후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합니다. 올해의 국감스타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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