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살해현장 상황 녹취록 공개, 손가락 자르고 고문…참수 정황 담겨

  • 입력 2018-10-19 00:00  |  수정 2018-10-19
터키 당국 진상규명 작업 진척
꼬리자르기 시도 사우디 왕가
옹호하던 트럼프 코너에 몰려

터키에서 행방불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끔찍한 살해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의 공개로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외교 공관 내에서 왕실과 연계된 비밀요원들이 일사천리로 저지른 사건으로 묘사된 만큼 관련설을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던 사우디 정부로서는 코너에 몰린 형국이 됐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우방인 사우디를 두둔하며 대(對)이란 전선 구축과 자국 경제 살리기에 공을 들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를 내놓으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터키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면서 갈수록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터키 친정부 일간 예니샤파크 등은 살해 당시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터키 고위 관리의 전언을 통해 끔찍한 사건의 세부 내용을 17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1시15분께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의 사무실로 들어간 카슈끄지는 곧바로 15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몇 시간 전에 이스탄불에 도착해 카슈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곧바로 카슈끄지를 구타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을 시작하자 알오타이비 총영사가 “그건 (내 사무실) 밖에서 하시오.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몰아넣겠소"라고 하소연하는 대목이 터키 당국이 입수한 오디오에 담겼다.

그러자 암살팀의 한 요원은 “사우디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고 싶다면 조용히 해!"라고 위협했다. 이들이 카슈끄지를 참수 살해하기까지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살해에 걸린 시간이 7분이었다고 전했다.

15명의 암살팀 중 한 명인 법의학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나서서 시신을 토막 내고 처리하는 작업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시작한 알투바이지는 동료들에게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라고 권고했다.

알투바이지는 사우디 내무부와 왕립의과대학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고위 인사이며, 나머지 암살요원 중 최소 4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 경호원 등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심지어 이들이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 타고 온 2대의 걸프스트림 제트기는 작년 사우디 정부가 인수한 항공회사 소속이다. 이런 사실은 ‘카슈끄지가 살아서 멀쩡히 총영사관을 떠났다’는 지금까지의 사우디측 해명은 물론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미리 전한 ‘자국 정보기관원이 심문 도중 실수로 카슈끄지를 죽게 했으며 왕실과는 무관하다’는 공식보고서 내용과도 배치된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