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수원 최상류에 48년째 아연공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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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00:00  |  수정 2018-10-19
[기고] 식수원 최상류에 48년째 아연공장이라니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윗집에서 아연을 제련하고, 우리집 가족이 먹는 수도관에 48년째 폐수를 내려보내고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 윗집에선 “폐수는 잘 처리해 내려보내고 있고, 찌꺼기는 땅에 잘 묻어두었으니 아무 걱정말라”고 한다.

그런데 창문을 열면 매캐한 냄새가 나고, 윗집 소나무는 말라죽은 지 이미 오래다. 또 윗집 가족 중에는 카드뮴중독 증세로 죽은 사람도 있고, 우리집 수도관에서는 옆집 수도관의 30배가 넘는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집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70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되었고, 윗 윗집에는 다슬기가 바글바글한데 우리집에는 한 마리도 없다. 게다가 우리집 가족들은 마을에서 암발병률이 가장 높다. 이장이 참다못해 찌꺼기가 묻은 땅을 정화하라고 했더니 소송을 걸었다. 또 얼마 전에는 처리하지 않은 폐수를 그대로 흘려보냈다가 이장이 조업을 정지하라고 하니 행정심판을 걸었다.

그 물이 고이는 아랫마을 저수지에서는 물고기와 그 물고기를 먹은 새들이 오래전부터 떼죽음을 당하고 있고, 그 아랫집 가족은 다른집 보다 수명이 짧다. 윗집에 항의하니 자기들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더 기가 찬 건 그 집에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생계가 달려있으니 앞으로 항의하지 말라”고 한다. 여러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다. 1천300만 영남사람들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낙동강 최상류 청정 봉화계곡에 자리잡은 재계 20위권 영풍그룹의 영풍석포제련소 이야기다.

공휴일인 한글날을 맞아 직접 찾아본 영풍석포제련소는 그야말로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었다. 도로 사정도 최근에야 좋아져 그동안 세상의 관심을 멀리할 수 있었으나,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이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직전에 있다.

법적다툼의 현재 스코어는 서울지역 대형로펌을 선임한 영풍석포제련소에 경북도가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지역 법조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특히 영풍석포제련소가 흘려보낸 물을 마시고 있는 1천300만 영남인들의 관심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영풍석포제련소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면 정부는 환경관련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주민들의 생계대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풍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꼭 그렇게 되도록 우리의 관심을 모아보자.

이 아름다운 계절에 영풍석포제련소로 가을 소풍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낙동강변의 멋진 경치도 감상하고 우리가 먹는 물 꼭대기도 둘러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11월에도 영풍석포제련소를 만나러 봉화로 향할 낙동강시민조사단과 함께 하면 더욱 좋다. 문의는 대구환경운동연합(053-426-3557)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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