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퍼스트맨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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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  발행일 2018-10-19 제42면   |  수정 2018-10-19
인류 최초 ‘달 착륙 미션’…체험같은 사실적 비주얼
아폴로 11호 발사, 지구 귀환 8일
닐 암스트롱의 고집·끈기·인간미
평범한 가장 모습·내적갈등 조망
[금주의 영화] 퍼스트맨

“한 인간에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이 지구로 복귀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당시 우주 프로젝트에서 소련이 미국을 앞지르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유인 우주선으로 달에 착륙한 후 지구로 돌아오라”는 국가적 임무를 지시한다. 아폴로 11호 프로젝트다.

‘퍼스트맨’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일을 해낸 닐 암스트롱의 8년(1961~1969년)간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테스트 파일럿에서 NASA의 달 착륙 미션인 제미니 프로젝트에 발탁된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그와 함께 10명의 팀원들이 미션에 합류한다. 앞선 동료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닐과 데이빗 스콧(크리스토퍼 애봇)은 우주 비행의 새로운 서막을 연 제미니 8호 미션에 성공한다. 지구 궤도에서 두 개의 우주비행선을 잇는 미션이다. 하지만 아폴로 유인 우주비행선에 타기로 예정된 세 명의 비행사들이 비행 테스트 도중 폭발 사고로 사망한다. 결국 닐은 그들을 대신해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와 함께 아폴로 11호에 탑승한다.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8일 3시간. 영화는 이를 위해 10년 가까운 기간 닐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고뇌와 갈등, 희생이 수반됐음을 한편의 대서사시로 펼쳐낸다. ‘국뽕’과 ‘신파’로 점철된 할리우드식 뻔한 영웅 서사로 흐르지 않은 건 미덕이다. 아폴로 11호 임무에 대한 포괄적인 시선보다는 이 미션을 수행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지난하고도 위험한 과정, 그리고 결국 달에 첫발을 내디딘 한 남자의 고집과 끈기에 집중한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닐의 인간적인 면모와 개인사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닐이 탑승한 좁고 폐쇄적인 우주선이 대기권을 향해 날아가는 오프닝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제껏 많은 우주 영화들을 마주했지만 체험에 가까운 사실적인 비주얼을 구현한 건 처음이다. 모든 기기와 장비가 아날로그로 장착된 우주선에서 내뿜는 로켓엔진의 굉음, 수치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심하게 흔들리는 계기판 등을 보고 있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턱턱 막힌다. 카메라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있는 닐의 긴장된 눈빛과 표정을 클로즈업함으로써 그가 겪었을 심적 불안과 긴장감,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시선이 다시 지구로 옮겨지면, 카메라는 아내와 아이들을 둔 평범한 한 가장으로서의 닐을 포착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닐의 삶은 순탄치 않다. 어린 딸을 병으로 잃고, 그와 함께한 동료들도 사고로 그의 곁을 하나둘씩 떠나면서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접했다. 영화는 주변인들의 잇단 죽음 속에서 암스트롱이 겪었을 내적 갈등을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조망한다. 생생한 비행 시퀀스와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순간의 사실적 구현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경이로운 체험이다. ‘라라랜드’(2016), ‘위플래쉬’(2015)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와 ‘라라랜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라이언 고슬링이 닐 암스트롱 역을 맡아 복잡하지만 절제된 내면을 밀도있게 연기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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