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자격·선임절차 투명화…‘무늬만 지주사’ 오명 벗나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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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0   |  발행일 2018-10-20 제12면   |  수정 2018-10-20
■ DG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
행장 후보추천권·사외이사 관련
지주사 이사회서 ‘개정안’ 통과
지주사‘자회사 CEO추천委’신설
임원 경력 5년 이상 등 명시 눈길
사외이사 외부추천·평가제 도입
일부 ‘회장·행장 겸직 의도’ 지적
은행장 자격·선임절차 투명화…‘무늬만 지주사’ 오명 벗나
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이 지난 5월31일 취임식에서 DGB금융그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19일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배구조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무늬만 지주사 형태를 띠던 DGB금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됐지만 그 이후에도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에 계속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금융사의 업무특성상, 경영진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이 강화돼야 고객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엔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DGB금융그룹도 최근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지주사 창립 후 지난 7년간 별다른 제도 정비 없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겸직한 탓에, 무늬만 지주사 형태를 띠던 DGB금융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사실상 ‘은행=지주사’로 인식해온 일부 은행측 사외이사, 임직원들 사이에 다소 동요도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19일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배구조 규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핵심

금융당국이 개정하려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큰 줄기는 △금융사 CEO승계프로그램 안착 △이사회 구성 및 운영방식 개선 △임원 보수공시 강화 등이다.

이 사안들은 지금까지는 상당수 형식적 운영에 그쳤다. 이에 따라 CEO선출 절차의 투명성 부족과 이사회구성 멤버인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해소하는 게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이다.

금융사 CEO 승계작업의 경우, 자격요건을 소극적 결격 요건만 정해 놓고 능력·경험과 같은 적극적 요건은 제대로 규정하지 않았다. 또한 일부 금융지주사는 최고경영자(지주 회장, 자회사 대표) 후보군에 대한 육성프로그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일반 경영진 육성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었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들이 잠재적 CEO후보군 선정→경력개발→교육→평가 등 체계적 육성프로그램을 상시로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승계절차는 평균적으로 임기만료 40일 전에 개시하지만, 글로벌 금융사는 체계적 경력개발경로를 거쳐 육성된 내부인재를 숏리스트(short list)로 압축하고, 내·외부 경쟁과 평가를 통해 재검증한 뒤 최종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

올해로 도입 20년을 맞는 사외이사제는 여전히 경영진의 ‘거수기’ ‘앵무새’ ‘방패막이’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외이사제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 추천과정도 개선의 여지가 다분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인식한다.

무엇보다 전문성이 빈약하다고 본다. 금융사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시 주주 및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해도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추천경로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업무수행 연속성은 보장하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순차적 교체를 권고한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 통과를 앞둔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은 이 같은 부분을 보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DGB금융의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DGB금융지주사가 제시한 ‘그룹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은 지배구조법 개정방향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말만 ‘선진화방안’이지 실제 BNK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모든 금융지주사들이 도입하고 있다. 그만큼 DGB는 늦은 편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구은행장(자회사) 승계프로그램을 보면, 행장 자격요건에 임원(상무 이상) 최소경력을 5년으로 명시하고, 마케팅과 경영관리업무 총괄(본부장) 경험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했다. 덧붙여 은행장이 곧 차기 지주회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그룹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은행 임원외에 지주사 및 그룹 내 타 자회사 임원 이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 순환근무 등 임원 경력개발프로그램(CDP)을 새로 가동키로 했다. 승계절차와 관련해선 일정 자격요건만 갖춘 후보군 10명 이상을 추려 롱 리스트(long list)를 정한 뒤, 다시 숏 리스트(2~3명)로 압축해 행장 후보군을 찾는 과정을 포함시켰다.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상황에서 행장이 뽑히도록 하겠다는 것.

지주회장과 은행장 후보군은 각각 최소 6개월, 3개월간 충분한 검증작업을 거치도록 했다.

특히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가 소유(주주자격)의 영역차원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지주 사외이사와 지주 회장)’를 별도 신설, 은행장 등 자회사 CEO를 추천하도록 규정을 바꾼게 눈에 띈다. 지주사가 지배구조를 결정한 뒤에는 은행이 자율권을 갖고 경영을 하도록 배려하는 시스템이다. 은행 자율경영 보장에는 은행 임원 인사권을 행장이 가질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놓는다.

지배구조의 또 다른 축인 사외이사들에 대한 추천은 외부전문가에 맡기고, 사외이사 평가제도도 도입한다.

사외이사 추천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 인선자문위원회’가 맡는다. 상장사인 DGB금융지주의 일반주주(1순위), 외부 서치회사(2순위)를 통해 다양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발굴한 다음 외부인으로 구성된 인선위원회가 여기서 후보를 압축한다. 지금까진 기존 사외이사들이나 경영진들이 친소관계에 따라 신규 이사들을 추천해온 게 관례였다. 은행 사외이사 추천에는 지주사 이사회와 지주회장이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기존 사외이사 연임은 활동내역을 평가해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묻지마 연임’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선 금융시장 사정에 정통하거나 IT, 디지털, HR(human resources)관련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보강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성도 부여하기 위해서다.

◆DGB금융 지배구조 특수성과 진통

지난 19일 지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규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적잖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DGB금융그룹의 특수성이 작용됐다.

DGB금융지주는 2011년 5월에 창립했지만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줄곧 겸임을 하면서, 두 최고경영자에 대한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은행에서 비자금조성, 수성구청펀드손실보전 의혹 등이 불거져 전(前) 경영진이 퇴진하면서 지주회장(외부)과 은행장(내부)이 분리됐지만 그때도 지배구조상 정비해야 할 사안들이 간과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타 금융사 출신인 김태오 지주회장이 취임하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리가 은행 안팎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다.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중 은행장 추천권을 지주사가 갖도록 하는 부분에서 은행 사외이사진들과 충돌이 생긴 것.

DGB금융지주가 자회사의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상위법인 금융지주사법 시행령(11조)이 명시한 금융지주사 업무에 해당하므로 지배구조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도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여기다 선진화방안에서 제시한 새 행장 자격요건상으론 내부에서 행장 후보감이 나오기 힘들게 되자, 자연히 외부출신 회장이 겸직하려는 게 아니냐는 얄궂은 분위기도 형성됐다. 일각에선 지주사가 원하는 지배구조를 연착륙시키려면 지역정서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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