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역사문화 이야기 .2] 중학생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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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08:02  |  수정 2018-10-22 08:02  |  발행일 2018-10-22 제15면
신숭겸 장군 옷 입고 역할극…친구와 협업하는 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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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극 하는 구지중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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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짜유기박물관 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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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묵은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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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숭겸 장군 동상

학교 교육과정에서 협업이 중시되고 있지만 중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협업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대구시교육청은 대구시와 공동으로 ‘팔공산 역사 문화 체험 학습’을 주최해 청소년들이 팔공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 교육을 통해 팔공산의 현재 및 미래의 모습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신숭겸 장군의 역사적 변장 ‘상황극 체험’

“제게 옷을 주십시오!” “안된다. 그리 못한다!”

지난 16일 오후 2시, 구지중 1학년 학생 40여명이 대구 동구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친구들이 꾸미는 상황극에 빠져 있었다. 바로 태조 왕건이 팔공산전투에서 견훤에게 쫓기면서 신숭겸과 옷을 바꿔 입고 탈출에 성공한 사례를 연기했던 것. 왕관을 쓰고 옛 한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어설픈 연기로 역사를 재현하자, 극을 관람하던 학생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왕건과 신숭겸은 옷을 바꿔 입어라!” “빨리 도망가라” 등 관중으로 참여하던 학생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친구들의 연기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학생도 있었다.

극을 마친 학생들은 “유적지에서 신숭겸이 순절한 곳을 보고, 상황극을 직접 해보면서 고려시대가 좀더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체 참여형으로 진행된 체험학습
역사 속 인물 삶을 통해 사고력 함양
유적지 내 ‘신숭겸 표충단’ 관심 끌어

방짜유기박물관 보유 ‘세계 최대 징’
웅장한 소리에 체험단 학생들도 감탄



이경숙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임금으로 변장해 김락 장군과 왕건을 대신해 싸우다 전사한 신숭겸 장군에게 우리는 나라 사랑을 배울 수 있다. 이것만큼은 학생들이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팔공산 역사 문화 체험 학습은 공동체 참여형으로 진행됐다. 중 1년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역사 속 인물의 삶에 관한 주제를 협업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에 대한 발산적 사고력을 함양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체험 코스는 신숭겸장군유적지를 비롯해 방짜유기박물관, 파계사 등이다.

유적지 내 표충단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숭겸 장군의 피 묻은 무장복장과 순절 당시의 흙을 모아 만든 단이다. 봉긋하게 세워진 이 단은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또 표충단 옆에는 ‘고려장절신공 순절지지비’(高麗將節申公殉節之地碑)라고 적힌 비석이 있고, 400년 묵은 배롱나무 3그루가 서있어 세월을 가늠하게 했다. 이밖에도 신숭겸 장군의 동상, 임금이 충신을 칭찬해 세운 ‘붉은 화살문’이란 뜻의 홍살문도 구경했다.

◆유기로 만든 특대징 보며 웅장한 울림 설렘

이어 버스를 10여분 타고 인근 도학동에 있는 대구방짜유기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유기’는 놋쇠로 만든 그릇이며, 그중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 22 비율로 녹여 만든 놋쇠 덩어리를 불어 달궈 망치질로 두드려 형태를 만든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세계 최대의 대징이 학생들을 반겼다. 지름 161㎝, 무게 98㎏에 이르는 큰 징으로 소리 울림이 웅장한 걸작이다.

한 학생은 “이렇게 큰 징을 울리면 어떤 소리가 날지 너무 궁금하다. 정말 웅장할 것 같다”면서 “유기는 그릇 정도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울음깨기’란 공정 기술이 악기 제작에 용이하다는 것을 새삼 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학생들은 유기문화실, 기증실, 재현실을 차례로 둘러봤다. 특히 유기의 역사, 종류, 제작과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구성한 문화실이 인기를 끌었다. 기증실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방짜유기장 이봉주 선생이 직접 제작한 작품 중 특히 예술적 가치가 높은 악기, 제기, 식기를 선별해 전시해놨다. 재현실에서는 방짜유기 제작으로 유명했던 1930년대 평안북도 정주군 납청마을의 유기공방 모습과 유기가 거래되던 놋점의 모습을 인물 모양으로 연출해 흥미로웠다.

한편 오는 25일에는 효성여고, 다음달 8일과 13일엔 칠곡초등이 팔공산 역사문화 체험학습에 나설 예정이다. (053)757-5377

글·사진=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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