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옥토버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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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08:16  |  수정 2018-10-22 08:16  |  발행일 2018-10-22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옥토버 스카이

10월이면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2014년부터 3년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던 이웃나라 일본은 작년 한해 숨을 고르고는 올해 다시 교토대의 혼조 다스쿠 교수가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항암치료의 새로운 기원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한 다스쿠 교수로 일본은 과학 분야 23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근대 과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시작하고 1965년 후 첫 노벨상을 배출한 일본. 이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근대 과학 교육과 연구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60년대부터 본격화되어 이제 막 6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대략 10년 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과학 분야 첫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요?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면 가능할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벨상은 인류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 아니라, 인류 역사 최초의 중대한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 주는 헌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추격형 연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마 60년 후에도 10월이면 똑같은 답답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늘 최초의 발견은 몽상이라 여겼고, 그래서 최초 개발자는 자신은 꿈을 좇는다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가 꿈을 꾸고 있다고 비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적인 수상소감은 자신은 무언가 꿈을 꾸었고 한번도 그 꿈을 포기한 적 없이 꾸준히 그 꿈을 쫓아갔다 합니다. 즉 꿈을 가슴에 품지 않은 노벨상 수상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향기박사는 우리 미래 과학자들이 입시를 준비하며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많이 풀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가슴에 자신만의 꿈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여기 한 소년이 가슴에 꿈을 들이면 어떻게 그의 삶이 바뀌는지 보여주는 실화가 있습니다. 미국 탄광촌 출신으로 나중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 개발자가 된 호머 히컴 박사가 바로 그 분입니다. 히컴 박사의 이야기는 이후 ‘옥토버 스카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1957년 10월, 소련연방은 인공위성 하나를 지구궤도로 쏘아 올립니다. 그리고 이 위성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미국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미국인 모두 이를 보며 걱정을 하지만, 어린 히컴 박사는 그날 마음속에 로켓개발자란 꿈을 품게 됩니다. 시월의 밤하늘을 가로지른 작은 인공위성 하나는 어쩌면 광부가 되었을지 모를 한 탄광촌 소년을 인류 역사를 바꾼 로켓개발자로 만들 꿈을 선물하였습니다. 히컴 박사의 인생을 바꾼 ‘스푸트니크’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은 과학기술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 자부하던 미국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미국의 교육제도를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 교육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히컴 박사는 꿈을 품은 후 광부가 되길 바라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탄광은 아빠 인생이에요, 제 것은 아니예요. 전 우주로 가고 싶어요.” 이는 얼마전 우리나라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한 연설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 당신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히컴 박사처럼, 우리나라 방탄소년단처럼 가슴에 꿈을 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젊은 과학도가 많아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우리나라 과학자의 이름이 스톡홀름에서 호명되는 10월의 멋진 날을 맞이하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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