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TK, 개혁적보수-합리적진보 통합의 場 될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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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  발행일 2018-10-22 제30면   |  수정 2018-10-22
영남진보의 새 상징 김부겸
야권 대표주자 부상 유승민
‘TK목장 대권결투’벌일까
시간많고 여러 변수 있으나
지역민 선택폭 넓힐 好事들
[송국건정치칼럼] TK, 개혁적보수-합리적진보 통합의 場 될까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박근혜정부 몰락과 함께 정치 변방으로 밀려났던 ‘TK’가 요즘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 부쩍 화두에 오르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각각 여야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TK목장의 결투’라는 회고적인 용어가 등장하는 까닭이다. 특별한 정변(政變)이 없다면 20대 대선은 2022년 3월9일에 실시된다. 3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 여의도 정가의 호사가들이 ‘차기 대선’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건 이유가 있다. 첫째는 최근에 나온 몇몇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이고, 둘째는 유시민 전 의원의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범여권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여권에서 ‘포스트 문재인’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폭력 의혹으로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배우 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추문에 휘말려 휘청거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재명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친문 핵심의 견제를 받는다는 말이 나돈다. 그 틈을 타서 여권의 명목상 서열 2위인 이낙연 총리가 부상했다. 일련의 조사에서 범야권 후보의 경우 선두 자리를 놓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가 엎치락뒤치락이다. 기존의 범야권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홍준표 전 대표는 뒤로 처졌다. 여야 모두 ‘선수교체’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호사가들은 이런 여론조사 수치에 정치적 상상력을 더 얹었다.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장에 대한 의미 부여다. 노무현재단은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 뒤 문재인 대통령,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전 국무총리)가 이끌어왔다. 4명 중 현직 대통령이 한 명, 국무총리 출신이 두 명이다. 그 자리에 노무현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이사장이 앉자 당장 ‘친문 대권주자’ 키우기란 해석이 나온다. 본인은 선거출마를 부인하지만 나중에 진영논리나 상황론을 대며 번복할 여지는 충분하다.

유 이사장이 경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2008년 총선 때 대구 출마 경력이 있는 점도 경험칙으로 강점이다. 민주당 계열은 현 정부까지 세 번 집권했는데, 충청과 지역연합을 했던 김대중정부 이후 두 번은 영남 후보(노무현·문재인)가 호남 유권자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됐다. 상주가 고향으로, 역시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수도권에서 대구로 정치터전을 옮겨 총선과 시장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한 끝에 20대 총선 때 당선됐다.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그에게 견고한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은 영남과 호남이 섞여 있다. 현 단계까진 유시민이 허상이라면 김부겸은 실상이다. TK 출신 진보도 합리성을 겸비하면 대구 유권자가 호응함은 김부겸 장관이 증명했다.

보수대통합 논의가 한창인 야권에선 ‘개혁보수’ 가치 정립을 꾸준히 설파하는 유승민 전 대표의 잠재력에 기대치가 높아졌다. TK를 기반으로 정치해온 현실적 한계를 어떻게 승화시킬지에 그의 앞날이 달려 있다. 이는 ‘대구 보수’의 진화와도 연결된다. 양 진영의 움직임을 보면 실제로 3년 반 후에 TK목장의 결투가 이뤄질 경우 TK정치는 지금의 아픔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수구보수의 상징으로 매도되던 ‘TK정서’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고 건전한 경쟁을 시키는 통합의 장(場)이 되는 셈이다. 정치 호사가들의 말을 들으면서 사자성어 ‘호사다마(好事多魔)’가 떠올랐다. 지역민들의 선택 폭이 훨씬 넓어질 것 같다.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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