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SM그룹, 대구시와 무슨 일이?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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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  발행일 2018-10-22 제31면   |  수정 2018-10-22
[월요칼럼] SM그룹, 대구시와 무슨 일이?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얼마 전 아는 분의 부탁 때문에 SM그룹을 떠올렸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에게 특정 사안에 대한 투자의향을 물어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필자가 우 회장을 모를테니, <주>우방을 통해 의사를 타진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방은 SM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대구의 대표기업 중 하나였던 우방이 SM그룹 계열사라는 것을 아는 대구시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북구 침산동에 본사를 둔 우방뿐 아니라 달성군에 소재한 남선알미늄도 SM그룹 소속이다. 본사 주소는 서울로 돼 있지만, 공장이 구미에 있어 실질적으로는 경북기업인 티케이케미칼(옛 동국무역)도 SM그룹 계열사다.

우방과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의 전신인 동국무역은 전국적인 명성을 지녔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IMF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났고,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SM그룹에 인수됐다. 필자는 동국무역의 백욱기 창업주, 우방의 이순목 창업주, 남선알미늄의 2세 경영자였던 장형수 회장을 경제부 기자로 현장을 뛸 때 여러 차례 만났다. 그분들의 경영마인드와 지역에 대한 애정을 옆에서 봤다.

그런데 요즘 우오현 회장이나 우방·남선알미늄·티케이케미칼의 최고경영자가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SM그룹은 대구 안착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08년 6월, 우 회장은 대구시청을 방문해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복합신도시 이시아폴리스(대구 동구 봉무동)에 티케이케미칼의 본사 및 연구동을 짓는 등 1천8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해 7월엔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당시 SM그룹은 티케이케미칼 본사뿐 아니라 경남기업 등 SM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본사까지 대구로 옮긴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 때문에 나는 동국무역에서 티케이케미칼(TK Chemical)로 이름을 바꾼 게, 대구·경북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효과까지 있다고 생각했다. 티케이(TK)는 동국무역의 영문이니셜이지만 대구·경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SM그룹이 호남에서 출발했지만 대구·경북지역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시아폴리스로의 이전은 없던 일이 됐다. 내 눈에 지금의 우방,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은 지역민과 호흡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던 예전 향토기업의 모습은 아니다. 단순히 SM그룹의 계열사로만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SM그룹 계열사의 전 임원이 전해준 말이 의미있게 들렸다. 우 회장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면서 했던 말은 이랬다. “SM그룹이 우방을 인수하면 당시 대구시가 우방 정상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우 회장은 그 약속을 믿고 우방을 인수했다. 그런데 대구시가 우방에 대해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자, 우 회장은 크게 실망하고 서운해 했다. 이후 우 회장은 대구에 무관심했다.”

10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릴 생각은 없다. 만약 대구시가 약속했던 지원을 못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SM그룹과 대구시 사이에 내가 모르는 또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다. IMF 외환위기때 삼성그룹이 대구에 있던 삼성상용차를 포기하자, 대구사회에서 이건희 회장 화형식까지 하면서 반(反)삼성운동을 펼친 게, 삼성이 오랫동안 대구를 외면한 이유가 됐다. 행여 비슷한 상황이 SM그룹과 대구시 사이에 생긴 건 아니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우방의 외형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많은 대구시민들 머릿속에 우방은 아직도 향토기업으로 남아 있다. 남선알미늄과 티케이케미칼은 여전히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기준 남선알미늄의 매출은 4천억원, 티케이케미칼의 매출은 7천억원이 넘는다. 규모가 적지만 건전지 제조업체인 구미의 <주>벡셀도 SM그룹 소속이다.

SM그룹이 대구·경북화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러기 위해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기업 유치만큼 지역에 가동 중인 기업을 진정한 대구·경북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머지않아 SM그룹의 거점이 대구·경북이기를 기대한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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