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류현진의 월드시리즈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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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3   |  발행일 2018-10-23 제31면   |  수정 2018-10-23

미국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특이하고도 웅장한 구조의 건축물이 있다. ‘저게 뭐지’ 하고 물어보면 대개 프로야구 스타디움이다.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이나 메츠의 시티필드,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 추신수가 활약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안스의 프로그레시브 필드,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피앤시 파크다. 메츠의 시티필드는 시티은행,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는 보험회사가 돈을 주고 야구장 이름을 빌렸다. 피앤시 파크는 도심을 흐르는 알게니 강변에 위치해 절묘한 풍광을 자랑한다. 미국은 역시 야구의 나라다.

메이저리그 최종 결승전은 ‘월드시리즈(World Series)’로 불린다. 한국, 일본, 베네주엘라, 쿠바도 참가하지 않는데 월드라는 명칭을 붙였다. 야구에 관한 한 우리가 지구의 시작과 끝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야구 규칙만큼 과학적인 스포츠도 드물다. 영국이나 미국의 뉴욕, 보스턴에서 초기에 행해진 볼을 던지고 치던 운동이 오늘의 현대야구로 진화한 데는 1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따지고 보면 투수와 타자와의 거리, 다이아몬드 형태의 베이스, 스리 아웃제, 공수교대 등 야구 규칙은 한편 정교하고 복잡하다. 축구나 농구에 비길 바가 못된다.

오랜만에 주말 TV 앞에서 메이저리그를 기다렸다. LA다저스 대(對) 밀워키 브루어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이다. 선발투수는 류현진. 확실한 구위로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의 선봉장이 돼 코리안의 당당함을 드높일 것으로 믿었다. 긴장감 속에 1회말이 시작됐는데 영 개운치 않다. 완전히 빗맞은 내야땅볼에 타자를 진루시킨다. 과학적인 야구가 이럴 때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1회부터 무려 4점을 줬다. 패전투수가 됐다. 그나마 다음날 일요일, 인간성 만점의 커쇼가 이례적으로 마무리투수로 등장한 다저스의 7차전 승리가 없었다면 류현진은 만회 기회조차 없는 야구인생 악몽을 맞을 뻔 했다.

한국 야구선수로는 박찬호, 김병현에 이어 류현진이 세번째로 월드시리즈에 뛴다. 선발로는 최초다. 아마 3차전이 될 것 같다. 상대는 빨강 양말의 보스턴 레드삭스. 17년전 양키 스타디움의 9회말 투아웃에서 홈런 두방을 연거푸 얻어 맞고 주저 앉은 김병현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런 ‘나쁜 추억’을 류현진이 지워버렸으면 한다. “현진아, 이번에는 150㎞ 무실점이다.”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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