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이 지원약속 저버리고…국책 수용 대가 이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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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종욱기자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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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정책 1년4개월,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분노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지난 8월28일 경주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광성 영덕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 회장(오른쪽)과 주민 손오영씨가 지난 6월26일 경주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천지원전 건설 재개를 주장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지 1년4개월이 됐다. 분노와 배신감에 경북 동해안 원전 지역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지 이미 오래다. 경주·영덕·울진지역 주민들이 지역별 대책위원회를 꾸려 열고 있는 대정부 집회도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주민은 “지난 40년간 어느 지역보다 정부 국책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온 우리 주민을 정부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국책사업 지원 약속도 지키지 않고, 대책 수립도 하지 않는 정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2020년 포화
월성 2∼4호기도 가동 멈출 위기
◇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 임시저장시설이 향후 포화에 이를 경우 월성원전 2~4호기 가동도 조기에 멈춰져 그 피해는 말로 다 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 원전 주변에서 기자와 만난 신수철 동경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일방적인 탈원전 드라이브만을 고집하는 현 정부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원전 6기와 중·저준위방폐장 등 국책사업을 적극 수용한 경주시민을 오히려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월성원전 2~4호기는 국내 원전 24호기 가운데 유일한 가압중수로다. 이들 중수로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53%가량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는 2014년 11월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의제’ 발표를 통해 ‘2055년까지 영구처분 시설과 그 이전 중간저장시설 설치 방안’을 의결했다. 또 2016년까지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 중간시설로 옮기고 건들식저장시설 ‘맥스터 7기’(16만8천다발) 증설을 결정했다.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은 2020년 12월이다. 이 시기까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월성 2~4호기 가동도 조기에 멈춰야 한다.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습식의 경우 용량 16만9천632다발에 저장 13만1천560다발(78%), 건식은 용량 33만다발에 저장 31만3천200다발(95%)로 집계됐다.

경주시의회도 정부 탈원전에 가만있지 않고 있다. 26일 만난 이동협 국책사업·원전특별위원장은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는 “정부가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다른지역 반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주시민에게 사과하고, 대책 및 보상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월성원전은 해마다 493억원(2016년 기준)의 지방세로 지역 경제를 견인해왔다. 경주시 전체 지방세의 24%다. 월성원전엔 한수원과 협력업체 직원 2천900명이 근무 중이다. 하지만 지난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가 기습적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이후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때 월성 1호기 폐쇄를 공언한 지 1년 만이었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2월 수명연장 결정에 따라 2022년 11월까지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조기 폐쇄로 지방세수에서 432억원(가동률 90% 기준)이 줄어들게 된다. 자원시설세(288억원)·지원사업비(144억원) 등이다. 아울러 500명(한수원 300·협력업체 200명)도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가 2015년 12월 주민 89.5%의 찬성률로 중·저준위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에 지원사업으로 55개 사업 국비 2조3천45억원을 심의·확정해 놓고도 지금까지 1조3천611억원만을 지원했다. 김재동 양북면발전협의회장은 “한마디로 정부의 거짓 지원 정책에 속은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보상 촉구
3조7천억·1천여만명 일자리 증발
영덕


영덕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인 석리마을 주민들은 최근 울분에 찬 성명을 냈다. 정부·한수원이 지난 7년간 원전건설을 이유로 남의 땅을 마치 자기 땅처럼 써놓고 이제 와서 피해 보상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내용이 골자다. “소득 손실 등 재산상 피해 보상을 요구하니 정부가 법이 없어 못한대요.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이광성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은 혀를 찼다. 그는 천지원전 백지화 철회는 물론 국책사업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천지원전 편입 토지를 정부가 일괄 매입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정부·한수원은 2011년 영덕읍 노물·매정·석리, 축산면 경정리 일원 324만㎡에 천지원전 건설을 추진했다. 이곳엔 가압경수로형 원전 4기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정부·한수원은 지난해 7월까지 61만5천264㎡(419억원)를 매입했다. 전체 면적의 18.9%를 정부가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 탈원전 정책에 신규 원전인 천지 1·2호기 건설이 백지화되자 주민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1·2호기 백지화로 인한 법정지원금과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 3조7천억원 및 일자리 증발 1천240만명을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천지 1·2호기 일방적 백지화로 안게 될 사회·개인적 기회 비용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당초 천지원전 사업에 따라 정부가 지원한 특별지원금 380억원도 원전건설 예정지 주민 정주 여건 향상과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비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계속 건설 주장
매몰비용만도 3천억∼4천억 추정
울진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여부가 현 정부 임기 안에 결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나오자 울진군민은 크게 허탈해 하고 있다. 울진군민들은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개월간 3·4호기 건설 재개를 외쳐왔다. 울진범대책위는 지난 8월28일 경주 한수원 본사 앞에서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청와대·국회 앞에서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최근 국회·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의 경우 한수원은 3천230억원으로 책정한 반면 두산중공업은 4천927억원으로 1천700억원의 차를 보였다. 두산중공업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3년 이상 걸려 현 정부 임기 안에 건설 재개 여부 결정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유덕 울진범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정부·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정부 전력수급계획수립 등에 따라 3·4호기 건설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전문가들은 원자력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수원은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원전산업을 당장 고사시킬 게 아니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원전 경쟁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해연 반드시 경주 유치” 총력
경북도·경주시


탈원전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사실상 확고한 흐름이다.

이에 경북도·경주시는 원자력산업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해 원전해체연구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정부가 내년 1월 공모해 6월쯤 부지를 결정한다. 이에 경주 감포읍 일원 3만3천㎡를 정부에 제공하고 부지선정위를 구성하는 등 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주는 유치 경쟁 지자체인 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보다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경주엔 한수원 본사를 비롯해 중·저준위방폐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양성자가속기가 있다. 2012년부터 5년간은 ‘차세대 제염해체 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등 뛰어난 원전해체 기술을 갖고 있다.

김세환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원전해체연구소를 반드시 유치해 경북 동해안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경주 송종욱기자 sjw@ye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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