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위기의 자동차 부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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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6   |  발행일 2018-11-06 제31면   |  수정 2018-11-06
[CEO 칼럼] 위기의 자동차 부품산업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2018년 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89만4천대로 전년 동기비 10.7% 감소했다. 자동차부품 상장사 24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6%나 줄었고 이 중 절반가량은 영업적자였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89개 자동차부품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했다. 2016년 3.5%, 지난해 2.4%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들어서는 1%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대기업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클 수밖에 없는 부품업체들은 1·2·3차 협력업체 줄줄이 ‘도미노 타격’을 받고 수직적 하도급구조 아래로 내려갈수록 자금사정이 더욱 열악해져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총부가가치 생산액 중 자동차·기계·금속이 거의 60%에 달하고 자동차만 17%를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대구의 어려움은 불문가지가 아니겠는가.

현재 전문가들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기업 대상의 단순 임가공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완성차업체와 직접거래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저 금형, 도금, 용접 혹은 프레스기술 정도만 갖춘 소자본, 소규모의 2·3차 협력업체들에 가능한 처방인지 우려가 앞선다. 더구나 이들은 해외시장 정보는 물론 수출의 절차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모듈단위를 생산하는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협력기업군을 형성하여 대기업 편중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형자동차 등장에 대응하는 것도 중견기업 규모의 부품업체가 중심이 되어 기술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불황이란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경기 사이클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제품 경쟁력 하락에 따라 수익이 급격히 악화되는 현상이다. 불황기에는 기업이 잘될 때 드러나지 않던 경영전략과 구조상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건강할 때는 모르다가 몸이 약해지면 여러 가지 병증이 나타나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사람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도 불황기에 넘어진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불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하지만 불황은 기업에는 경기 순환에서 비롯되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고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불황기에 체질을 강화하여 호황기에 눈부신 성장을 한 기업의 사례는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불황에서의 생존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던 장기불황 속에서 덴소 등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자생적으로 성장했다. 한국도자기는 불황으로 유럽의 명품브랜드들이 빠져나간 런던 헤롯백화점에 입점하여 그렇게 원했던 프리미엄 브랜드이미지 구축에 성공한다. 이들을 보통 ‘돌파기업(breakthrough company)’이라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경영전략이 별로 특별하지 않고 기본에 가깝다는 점이다.

첫째, 마른 수건 짜내기식 비용 축소와 원가 절감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생산공정 개선, 원자재 대체, 물류개선 등 기업 전반에 걸친 피를 말리는 혁신의 노력 앞에는 원가 절감의 한계가 없다. 도요타가 좋은 예다. 둘째, 긴축경영에만 주력하면 중장기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기존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모색한다. 부진한 사업이 장기간 쇠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한된 경영자원을 성장분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불황기에 길러야 한다. 신제품개발, 품질개선, 시장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경우, 타 부문에서의 비용 절감으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업혁신 리더가 기다려지는 시점이다.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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