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트럼프와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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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7   |  발행일 2018-11-07 제30면   |  수정 2018-11-07
중간선거후 北美고위회담
밝은 전망이 안나오는 상황
트럼프가 계속 당근 안주면
얻을 것 없는 北 깽판칠수도
홍준표는 그 순간 기다리나
[수요칼럼] 트럼프와 홍준표

미국은 오늘(현지시각 11월6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하원의원 435석 전체에 대한 투표가 있다. 오늘까지 판세는 상원은 공화당 우위가 유지될 것 같다. 하원이 애매하다. 지금으로 봐서는 근소하게나마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의 위치를 탈환할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일부 여론조사에선 공화당이 수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가 미국의 중간선거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즉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답안지를 먼저 내기 전에는 결코 대북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간단하지가 않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사생결단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만 하지 않으면 된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에 어떠한 당근도 준 적이 없다. 북한의 특기인 살라미전술을 되받아 펼치고 있다. 립 서비스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띄워줄 뿐이다. 한마디로 종이비행기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순간, 북한엔 큰 혹이 하나 더 붙게 된다. 바로 인권의 문제다. 진보성향의 미국 민주당은 인권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다. 벌써부터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만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 세계질서의 맏형으로서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한다면 ‘소탐대실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란 경고다.

중간선거 직후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은 자신들은 지난 일년 동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에선 이미 ‘병진노선으로 복귀’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ICBM급 화성15호 발사실험 이후 보류해 두었던 경제 및 핵 병진노선을 다시 꺼내들겠다는 엄포다.

이제 초조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정부다. 현 정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 쳐도 된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고 실행에 옮기는 것 같다. 남북관계에 모두 걸기를 하고 있는데, 미국은 물론이고 EU와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으로부터도 과속을 견제당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할지도 사실 미지수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을 통해 김정은의 입장을 보자. 만면에 미소를 띠고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도 만났다. 그런데 고분고분하게 나가니까 돌아오는 것이 없다. 미국은 여전히 봉쇄정책으로 목을 죄고 있다. 한국은 좀 알아서 해줄 만도 한데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본색을 드러내야 한다. 남한을 볼모로 핵실험도 재개하고 미국을 향해 ICBM 발사실험도 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입증된 역사다. 게르만이나 흉노나 모두가 그랬다. 순순히 얻어낼 수 없으면 협박하고 깽판을 쳐서라도 빼앗으면 그만이다. 지금 미국 중간선거 이후 바로 그 같은 진실의 순간이 다가올 개연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절치부심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아마 그런 순간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평화무드를 위장평화로 규정했던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역대급 참패 후 홍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날 무렵 한 측근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뮌헨회담을 두고 히틀러를 공격했던 처칠도 그 당시에는 전쟁광으로 몰렸습니다.” 연말연시 복귀를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의 말이 맞으면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맞지 않으면 진퇴양난의 지속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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