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지역 떠난 프로 구단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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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7   |  발행일 2018-11-07 제30면   |  수정 2018-11-07
홍보·관중 수용 매력 떨어져
대구·경북 떠난 프로 구단들
서울·수도권으로 연고 집중
기초단체로 구단 짐싸가도
지역정치권선 알고 있는지…
[동대구로에서] 지역 떠난 프로 구단들

구기종목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은 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네 종목이다. 농구와 배구는 여자 프로팀이 있으니까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6개 종목이라 할 수 있겠다. 케이블 TV 평균 시청률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는 야구다. 야구의 2017년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8%다. 지난해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배구가 2위다. 2017~2018 프로배구 정규리그 남자배구 시청률은 0.87%, 여자배구는 0.78%로 최종 집계됐다. 참고로 케이블 TV 프로 스포츠 대박 시청률의 기준은 1%다. 침체를 겪던 축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구만 아직까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종목 중 지역을 연고로 한 건 야구, 축구, 여자배구 등 3개다. 삼성라이온즈가 대구·경북을 연고지로 한 프로 야구단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3년 동안 부진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구단이라는 데 이설이 없다. 야구팬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자랑이다.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은 세 팀이 있다. 대구FC, 포항스틸러스, 상주상무 등이다. 세 팀 모두 국내 최고 리그인 K1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시민구단인 대구FC는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없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으며 팀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진출해 있다. 또 조현우라는 월드컵스타를 배출, 전 세계 축구팬에 팀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자 배구는 김천 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있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 우승컵을 거머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경기 중 6천823명의 최다관중 기록을 세우는 등 경기당 평균 관중 3천300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남·여 농구, 남자 배구는 지역 연고팀이 없다. 여기서 아쉬운 대목은 당초부터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있다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동양 오리온스 남자 농구팀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때 대구를 연고로 창단했다. 부침이 적지 않았지만 2001~2002시즌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2~2003시즌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등 호성적을 남겼다. 동양 오리온스의 뒤에는 지역 팬들의 열화 같은 응원이 있었다. 그러나 2011년 6월 오리온스는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KB손해보험(당시 LG화재)은 V리그가 출범한 2005년부터 구미를 연고지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의정부로 둥지를 옮겼다.

프로스포츠 팀들은 철저하게 지역연고제를 하고 있다. 구단의 마케팅과 관중 수용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의 발전은 구단이 소속돼 있는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프로스포츠 팀이 연고를 옮겼다는 건 기존 연고지가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거나 새로운 연고지가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대구·경북을 떠난 팀들이 수도권 지역과 연고를 맺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이 적지(適地)다. 우리나라 프로 구기종목 팀 전체(61개팀)의 52%가 서울 혹은 수도권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해 준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계에는 지역 균형발전이란 게 없다.

‘형편 어려운 동네에 살면 포기할 게 많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화가 나기도 한다. 대구와 경북이 일부 프로스포츠 구단으로부터 기초단체에 지나지 않는, 고양 혹은 의정부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지역민 표를 먹고 사는 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이런 사실을 알기나 할까.

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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