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선거제도 개혁, 정치적 독과점 청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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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9

조정래 논설실장
정의당은 2020년 실시되는 21대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창당 6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정미 대표는 “2020년에 꼭 제1야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의당의 이같은 야심찬 목표 설정에 긍정의 한 표를 던진다. 하지만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선결 과제가 중요하다. 바로 선거제도 개편이다. 현재와 같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정의당이 군소정당을 벗어날 희망을 갖기 어렵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의당이 ‘2020년 제1야당’이란 슬로건대로 기득권 보수, 거대 양당의 대항마로 우뚝 서기 바란다.

호기는 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0월18일 여야 합의 3개월 만에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때마침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한 바 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그 어느 때보다 넓고 크다.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고,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도 묻어나고 있다. 21대 총선에 새로운 선거제도를 적용하려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 심상정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인물보다는 정당에 무게 중심을 둔 제도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이 배분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정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7.23%라는 만만찮은 득표율을 얻고도 6석(비례대표 4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는데, 이 제도대로라면 21.69석을 얻을 수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의하면 거대 정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소수 정당은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가져간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 극히 낮다.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이처럼 불합리한 표의 비례성을 바로잡자는 쪽으로 큰 가닥이 잡혀지고 있다. 실제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놓은 선거법 개정안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한국 거대 양당의 정략이다. 제도 개편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 유불리가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당리당략이 우선하게 된다. 이를 뛰어넘지 못하면 선거제 개편은 또다시 미제로 남는다. 민주당이 소선거구제의 골격을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나, 한국당이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게 바로 이러한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다. 현실적으로 ‘민심대로’보다는 ‘지금 이대로’가 더 유리하다는 욕심의 똬리를 풀어내지 못하는 한 나아갈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이번에도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소선거구제는 지금까지 그 폐해가 무수히 지적돼 왔듯,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동메달’ 정치인들을 묵인해 왔을 뿐만 아니라 사표를 양산해 온 먹튀 선거제다.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사표는 평균 1천만표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표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13~19대 총선에 대한 한 분석 결과에 의하면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가 획득한 표는 평균 987만8천여 표인 반면 낙선자들이 얻은 표는 1천23만여 표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표 심리’가 발동이 되고 될 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전략 투표’가 등장한다. 개인의 의사가 집단에 의해 묵살돼 온 것이다. 선거제도가 유권자에게 좌와 우, 흑백논리처럼 일도양단의 선택을 강요하니 기권율도 따라 높아지는 거다. 결선투표조차 도입되지 않았으니 선거에 따라서는 사표가 절대 다수에 이르기도 한다.

평등선거의 원칙, 1인1표라는 표의 등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소선거구제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표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높아져야 하고,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권이 자연스레 확대돼야 마땅하다. 필요하다면 의원 정수 확대도 국회의 예산 고정을 전제로 한다면 시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일도 아니다. 이번 선거제도 개편은 민심과 민의를 왜곡·강탈해 온 거대 양당의 독과점 청산이란 점에서 반드시 관철·쟁취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조정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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