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소리에 옷도 못 입고 대피…비상벨 안 울렸다”

  • 입력 2018-11-10 00:00  |  수정 2018-11-10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7명 사망 11명 부상
20181110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의 국일고시원 화재현장은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짐작게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께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에 있는 고시원 건물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관 100여 명과 장비 30대가 투입된 끝에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7시께 완전히 진압됐다.

3층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난 데다 불길이 거셌기 때문에 제때 탈출하지 못해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그나마 설치돼 있던 비상벨과 완강기는 정작 아무도 활용하지 못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방안서 발화…소화기 진화 실패”
스프링클러 없고 완강기도 못써
거주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
사망자 중에는 일본인도 있어
“당국 초동대응 늦었다”목소리도



화재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3층 거주자 심모씨(59)는 301호 방안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심씨는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와 다시 내려갔다"며 “301호가 (3층 출입구) 초입에 있는데 가보니 (301호 거주자인) 형이 문을 열었는데 천장까지 불이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을 뿌렸는데 불이 안 꺼졌고 소화기가 있어 쏘려고 했지만 바닥으로 (분사물이) 쏟아졌다"며 “나도 살아야 하니까 3층과 2층 비상벨을 누르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301호 거주자가 불길 속에서 당황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상황이 급박해 불이 어떻게 났는지, 어디서 시작됐는지 등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인데 외국 사람도 있다"며 “사망자 중에 일본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화재 직후 고시원 2층 거주자들은 맨몸에 외투만 걸치는 등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로 급히 대피했다. 2층 거주자인 50대 남성 김모씨는 “누군가 ‘불이야’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대피했다"며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3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대다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자들이 대피한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3층 강당에는 한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담요만 덮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거주자 가운데는 베트남 국적 2명과 중국 국적 1명도 있었다. 3층 거주자인 한 남성은 “평상시에는 비상벨이 잘 울렸는데 오늘은 안 울린 것 같다"며 “누군가 비치된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피한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소방당국의 초동대응이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층 거주자 50대 남성은 “(화재가 나고 처음) 30분 동안 사다리차를 (소방대원) 2∼3명이 설치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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