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굴러온 돌 싸움에 미소짓는 박힌 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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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  발행일 2018-11-12 제30면   |  수정 2018-11-12
한국당 김병준-전원책 충돌
파국의 길 간 외부영입 투톱
인적청산·보수대통합 차질
빠질 뻔했던 박힌돌 반격에
혁신없이 당권다툼 시작할듯
[송국건정치칼럼] 굴러온 돌 싸움에 미소짓는 박힌 돌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를 휴대폰 문자로 조직강화특위 위원직에서 해촉한 뒤 한 말이다. 이에 전원책은 “불감청고소원”(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바임)이라고 받았다. 이 외에도 해촉을 전후해 한국당의 ‘굴러온 돌’인 둘 사이에 낯뜨거운 설전이 이어졌다. 전원책은 “눈앞에서 권력이 왔다갔다 하니 그게 독약인 줄 모른다. 그런다고 자기에게 대권이 갈 줄 아느냐” “폭로할 내용을 폭로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같은 말을 쏟아냈다. 김병준은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라” “선택의 폭이 없는 상태에서 고민해서 모셨는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말로 전원책의 자존심을 긁었다.

두 사람이 결별한 표면적인 이유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에 대한 이견이다. 김병준은 비대위를 맡은 직후부터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한 달 전 한국당 ‘인적청산의 전권’을 위임받아 당에 들어간 전원책은 전당대회는 내년 6~7월에 열어야 한다고 했다. 2월에 전당대회를 열려면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을 12월 중순까지는 유임시키거나 교체해서 지방조직을 완비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충돌은 본질이 아니다. 여기엔 지금의 한국당, 나아가 보수 전체가 직면한 난제를 읽기에 충분한 함의가 담겨 있다.

먼저 전원책은 6~7월에 ‘보수통합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단순히 한국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바른미래당의 일부 세력을 포함해서 장외의 범보수가 참여하는 빅 텐트를 치자는 얘기였다. 김 위원장은 이를 ‘월권’이라고 보고 ‘당의 기강과 질서’를 얘기했다. 전원책이 ‘태극기 세력 포용론’을 펼치며 “박근혜 탄핵에 대한 끝장토론이 필요하다”고 하자, 김병준은 “전 변호사가 학자로서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분이 잘 안 돼 혼란이 많은 것 같다”고 일갈했다. 전원책은 유명한 보수논객이었고, 김병준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한국사회와 보수정치를 보는 기본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둘이 보수재건에 죽이 맞았지만 방향과 방법은 딴판이었다.

그러니 서로 자기의 뜻을 밀어붙이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벌였고, 감정싸움까지 겹치자 당 체계상 임면권자인 김병준이 전원책을 해촉해 버렸다. 김병준이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선 안 된다”고 한 건 비대위가 조강특위의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말인 동시에, 앞으로도 자신이 당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문제는 ‘굴러온 돌’들의 이 같은 주인 행세에 ‘박힌 돌’들이 앞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다. 당권을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는 당내 기득권 세력들은 김병준 비대위와 전원책 조강특위가 헤게모니 다툼을 할 때 은근히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활동이 끝나면 당권을 잡은 쪽에서 모든 걸 다시 바꿀 텐데 굴러온 돌끼리 싸운다고 쑤군거렸다.

결국 굴러온 돌들은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전에 한 쪽이 떨어져 나갔다. 다시 바깥에서 새로운 돌을 끌어들이겠지만 김병준의 힘은 이미 빠졌다. 이제부터 박힌 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적청산이나 보수대통합의 추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2월로 예상되는 당권 경쟁 레이스에 바로 들어가게 된다. 비대위는 전당대회 관리로 역할이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 실패, 대선 패배에 이어 6·13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한국당은 허송세월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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