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짜 국민심판의 시험대에 선 文 정부의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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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  발행일 2018-11-12 제31면   |  수정 2018-11-12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17개월 만에 경제정책 브레인을 교체했다. 2기 경제팀 출범이다. 중앙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 사령탑인 장하성 정책실장이 물러났다. 대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부총리에 내정됐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경질성 교체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 2기 경제팀의 성향을 보면 정치적 고심의 흔적이 뚜렷이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적 혼선을 봉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다시피 전임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큰 갈등을 보였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침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 했지만, 과거 대학교수로 소액주주운동을 한 장 실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했지만, 장 실장은 올해말 아니면 내년쯤에는 경제가 좋아진다고 정반대 진단을 했다. 두 사람의 불협화음은 한때 대통령이 직(職)을 걸라고 할 정도로 커졌다.

신임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의 역학관계도 물러난 두 사람과의 관계를 복사한 듯하다. 홍 부총리 내정자는 역시 정통관료 출신이고, 김 정책실장은 시민사회 활동에 주력해 온 경제의 아웃사이더다. 특히 김 신임 실장은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까지 정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드디어 왕실장이 됐다는 세평이 나올 정도로 실세다. 그는 소득주도성장과 탈(脫)원전 정책을 주도해왔다. 두 사람의 경제철학이 국민대중에게 확실히 전달된 적은 없지만, 이들이 물러난 두 경제사령탑의 악연을 반복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정책실장의 일은 대부분 경제분야인데 김수현 수석은 경제를 잘 모른다”고 평했다.

청와대는 그런 우려에 대해 이번에는 확실히 원팀(one team)으로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홍 내정자는 경제정책을 지휘하는 사령탑이고, 김 실장은 이른바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총괄역할이라고 했다. 또 경제정책은 홍 내정자가 원톱(one top)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그러나 청와대의 희망사항이다. 문재인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 부의 공평한 분배를 도모하는 공정경제, 친(親) 노동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 정책의 장단점에 대해 성찰된 정책판단을 유보한 채 2기 경제팀을 출범시켰다. 문제는 보여주고 실천하는 실행력이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제 진짜 국민심판의 시험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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