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보는 세상] ‘설명충·진지충’ 개인 특징에 ‘蟲’붙여 놀리는 것도 학교폭력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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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07:30  |  수정 2018-11-14 07:30  |  발행일 2018-11-14 제6면

개인의 특징 뒤에 벌레를 의미하는 ‘충(蟲)’을 붙여 ‘○○충’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동급생을 놀리는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한재봉)는 대구 모 중학교 3학년 A양이 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같은 반 B양이 수업시간에 과제 등을 발표할 때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수차례 놀렸다. 또 A양은 SNS 단체 대화방에서도 B양을 가리켜 비슷한 표현 등으로 조롱했다. 이후 B양은 같은 해 12월 “A양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 5일(10시간) 등 조치를 의결했다.

A양은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대구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A양은 “B양에게 사과했는데도 학폭위가 피해 학생의 주관적인 감정을 기초로 한 진술만 믿고 학교폭력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 폭력이 오랜 기간 지속된 점, 특히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언어폭력은 전파성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설명충, 진지충’이라는 표현은 사람을 벌레에 비유해 비하·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 명백하다”면서 “피해 학생이 입은 정신적 피해가 가볍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학교 측이 A양에게 선도·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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