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의 사필귀정] 독거수용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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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  발행일 2018-11-14 제34면   |  수정 2018-11-14
[박순진의 사필귀정] 독거수용이 원칙이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작년 이맘때쯤 한 케이블 TV에서 ‘감방생활’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범죄자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라서 범죄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도 무척 흥미로웠다. 감방이라는 명칭이 구시대적이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 아쉬웠지만 드라마는 제법 관심을 끌었다. 죄를 지어 교정시설에 수용된 범죄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드물지 않고 인기를 끈 작품도 여럿 있지만 교도소나 구치소에서의 생활은 단편적으로 묘사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다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데 비해 이 드라마는 범죄자의 일상을 비교적 사실에 가깝게 보여주었다.

범죄 문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다루어지는 주제임에도 범죄자가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막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교정시설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하는 시설이며, 교도소와 구치소로 구분된다. 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재판을 받고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교도소에 수용된다.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등의 사유가 있으면 구속하여 구치소에 수용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에 대응하여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엄벌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범죄자를 엄중하게 처벌할수록 더 많은 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하여 교정시설이 그에 걸맞게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든가, 수용된 범죄자를 적절하게 처우할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 교도소와 구치소는 가능하면 일반인의 생활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야 하고 범죄자는 엄격하게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민이 원하는 일이다.

일반인들은 유력 인사가 구속되거나 실형이 선고되어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될 때 교정시설의 수용 현실과 처우에 반짝 관심을 갖곤 한다. 일반 시민의 반짝 관심사에는 유력 정치인과 재벌 총수가 수감된 독방도 포함된다. 1인이 사용하는 독거실의 구조와 사회 지도층 인사의 독방 생활이 언론을 통해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 앞의 드라마에는 대부분 수형자 여러 명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나온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교도소 거실은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 보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독거실에 수용하는 것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언론에서 일부 수감자들이 브로커를 통해 은밀하게 ‘독방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될 조짐이다.

교정시설에서 독거실 수용이 특혜로 비쳐지고 독방이 은밀한 거래의 대상이 된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행 법령은 오히려 독거 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정 기본 법령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수용자는 독거수용하되 독거실 부족 등 시설 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한 때, 수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의 보호·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때,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혼거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예외라 할 혼거 수용이 일반화된 교정 현실이다. 늘어나는 범죄자를 제대로 수용하고 합리적으로 처우하기 위해서는 교정시설의 수용 능력과 처우 기준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관심과 논의가 시급하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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