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깨진 유리창 법칙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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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22면   |  수정 2018-11-15
[취재수첩] 깨진 유리창 법칙
장석원기자<경북본사>

2016년 3월은 경북도청이 예천·안동으로 이전해 온 달이다. 그해 12월 말 예천읍 인구는 1만6천869명, 지난해 말 1만6천240명, 지난 9월 말 1만5천711명으로 매년 읍내 인구는 500명 이상 줄었다. 이로 인해 원도심은 유동인구가 줄면서 폐업하는 상가가 늘어나는 등 빈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읍내의 한 대형마트가 화재로 전소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안동지역도 마찬가지다. 안동시 인구는 2008년 말 16만7천300명에서 적은 수치지만 꾸준히 증가해 2016년 말 16만8천798명이나 됐다. 1천498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2천526명이 줄었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져 지난 9월 말까지 1천819명이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1년9개월 동안 무려 4천345명이나 줄었다.

이처럼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예천과 안동의 대응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안동시는 구도심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 도청 이전 전 2015년부터 안동시 도시재생센터를 설립해 중구동 도시재생사업과 안막동 범석골 새뜰마을사업으로 나눠 차근차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중구동은 최근 주민공모전을 통해 도심 속 노천카페와 펍(Pub), 이색체험 ‘옛날교복’ 데이트를 사업으로 선정해 이를 실행에 옮겨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도시재생포럼을 열어 주민과 대학교수·도의원·시의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재생 마을학교를 열어 주민들에게 보다 더 밀착된 학습 프로그램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예천군은 올 4월에서야 도시 경쟁력 제고와 노후 시가지의 도시 기능 재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전략 및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을 시행했다. 도청 이전이 마무리된 지 2년이나 지난 시점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도시재생 계획에는 도시재생 전략 및 활성화와 주민협의체 운영, 도시재생대학 운영, 주민참여 유도 지원 등을 담고 있지만 주민이나 상가 업주에게 쉽게 와닿지 않는다.

도청이 이전되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 업주의 실망감은 크다. 업주들은 “손님이 없으니 새로운 업종으로 변화를 줄 수도 없다”며 “도청 이전으로 부동산 가격만 상승하고 매매를 하려 해도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달 예천장터 농산물대축제를 읍내에서 개최하는 등 예천군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의 예천군 문제를 방관하면 도심은 유령도시라는 커다란 난제에 봉착할 수 있다. 군은 지금이라도 전문가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관련 TF를 구성하면 어떨까. 이들이 전국에 산재한 도시재생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구한다면 틀림없이 예천에 필요한 사업을 얻을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오히려 적기가 아닐까. 장석원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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